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 '감염병 전담 지정'에 반발 확산

이병문 2021. 1. 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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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환자 "이 겨울에 어디로 가라고..끝까지 버티겠다"
위탁병원 "감염병환자 입원은 부당한 지시로 법률 위반"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이 첨단 재활시설을 이용해 재활치료 및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홈페이지]
"장기요양을 하려고 입원한 혼수상태의 고령환자를 추운 겨울 길바닥으로 쫓아내고, 감염병 환자를 들여오겠다는 정부 조치는 요양병원의 설립 취지에도 반합니다. 어치피 요양병원 밖으로 나가면 죽을 수 밖에 없는데 끝까지 버티겠습니다"

5년전 뇌출혈로 수년간 '재활난민' 생활을 하다가 약 1년전에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에 입원한 80대후반 장모님을 보살피고 있는 H씨는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요양병원은 뇌졸중과 인지기능장애(치매) 환자를 비롯해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의료기관"이라며 "행복요양병원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감염환자를 살리겠다고 거동이 불편한 요양환자를 나가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서울 강남구에 살았던 H씨 장모는 2016년 뇌출혈로 쓰러져 경찰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옮겨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래도 환자는 호전되지 않아 수원의 모 요양병원에서 2년 동안 재활치료를 받았고 2019년 1년 동안 대기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에 입원했다. H씨는 "장모님은 사실상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면서 "지난 5년동안 가족들이 하루에 수십km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면서 장모님을 돌보다가 지난해 환자와 가족이 매우 만족하고 있는 행복요양병원에 입원했는데,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절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 2층·지상 5층의 307병상을 갖춘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격 지정되면서 입원환자와 병원,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은 2014년 4월 개원한 서울 최초의 노인성 질환 전문 구립병원으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건립했다. 구는 2011년 9월 한화건설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SPC(민간사업시행사) 형태의 강남실버케어㈜에 병원시설관리 업무를 위임했다. 같은 해 11월 병원운영관리 업무를 맡을 민간위탁 의료기관으로 참예원의료재단을 지정했다.

이 병원은 환자중심의 의료환경과 다양한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있어 요양환자 및 보호자들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로봇보조정형용 운동장치(보행치료), 수치료 등의 첨단 재활치료시스템을 도입했고 환자 지원 솔루션, 모바일 의료 솔루션, 전자문서 서비스 등 IT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대표적인 '스마트병원'으로 손꼽힌다.

행복요양병원의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과 관련해 입원환자 260여명은 다른 병원 이송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북극발 한파가 덮친 엄동설한에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병상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생명을 위협하는 비인도적 전시행정임을 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강남구의회 이호귀, 김진홍,김형대의원등은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제라도 주민의견을 도외시한 일방적인 행정을 중단하라"며 강남구청은 서울시에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의 감염병전담병원 지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역주민들도 "그 동안 주민의견 수렴이나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진행되지 않았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오히려 "강남구청이 거주민들의 의견을 완전 외면하거나 수수방관 했다"고 주장했다. 감염관리가 취약한 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근시안적이고, 위험천만의 방역 대책이라는 것이다.

날 벼락을 맞은 병원 측은 "요양병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감염병 관리기관 및 임시적인 감염병 관리기관이 될 수 없다"면서 "거점 요양병원으로 지정될 경우 구체적인 보상부터, 기존 의료인력 이탈은 물론 추가인력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요양병원시설 및 체계도 문제다. 국내 요양병원은 정책상 1~2인실보다 다인실을 이용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즉 감염관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거점요양병원이라는 근시안적인 대책을 내놓고 이를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일반인도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음압병실 1인실에 입원시키는데, 고령의 기저질환과 여러 질환으로 입원한 요양병원의 코로나 감염환자는 중환이고 중환이기에 사망률이 높다"면서 "감염병 관리 능력이 전무한 요양병원에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이 많은 생명을 잃게 만드는 부당한 업무지시로 법령 위반 행위이다. 더구나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은 대부분 기저질환을 동반한 만성 노인환자로, 중환자로 전환위험이 높아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것이 몹시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과 관련해 김&장 법률사무소는 "보건복지부나 서울시는 요양병원인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을 재난과 안전관리 기본법을 근거로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난과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을 근거로 행복요양병원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했지만 재난안전법은 제8조 제2항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해 '자연재해대책법 등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난안전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재난관리에 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다면 위 다른 법률의 규정이 재난안전법의 규정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이어 "지정명령이 의료법 및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36조 제3호 16에 따르면 요양병원을 개설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양병원의 운영기준에 관한 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만일 요양병원이 이를 위반해 요양병원의 운영기준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지 아니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법 제63조 제1항,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위반사항에 관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제2항 18은 요양병원의 운영기준 중 하나로 '감염병예방법 제42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감염병 환자 등은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방역당국이 밝힌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요양병원발 확진자는 996명이며, 사망자는 99명이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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