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대선공약' 한전공대, 결국 전기요금 떼어 짓는다
설립·운영에만 1.6조원 필요한
한전공대에 전력기금 사용방침
국민 호주머니서 나온 기금을
탈원전등 정부 쌈짓돈으로 써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금 사용 범위를 기존 전력산업 전문인력 양성에서 '관련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 양성 사업'으로 본격 확대하기로 했다. 공기업·공공기관 등이 설립한 대학 등 교육사업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한전공대에 전력기금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당장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한전공대 입장에서는 비용을 조달할 방법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준조세' 형태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전력기금을 정부가 '쌈짓돈'으로 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전력기금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에 사용해 왔으며 지난해 7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탈원전 비용'까지 전력기금으로 보전해주기로 해 논란이 됐다. 12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개정령은 전력기금의 사용처를 규정한 제34조 내용 중 4호의 '전력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관리' 부분을 '전력산업 및 관련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관리'로 확대했다.
정부가 한전공대에 전력기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들어가는 비용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운영에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개교 10년 후인 2031년까지 1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설립 비용만 6210억원이며, 연간 운영비는 641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자회사들과 함께 출연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자회사들 경영환경이 어려운 데다 지나친 비용 투입으로 결국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등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남도와 나주시의 대학발전기금 2000억원이 확보됐지만 개교 이후 10년간 매년 200억원씩 받는 구조라 당장 큰 도움은 안 된다는 평가다. 이에 2019년 말 기준으로 4조300억원가량 적립된 전력기금 일부를 끌어다 쓸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것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개정령을 지난해 1월 입법예고했다. 당시에는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 양성 사업의 범위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공공기관이 출연한 학교법인이 설립·운영하는 대학을 포함한다'는 해석까지 괄호 안에 직접 명시했는데, 이번 개정령에서는 삭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혜 기관이 아니라 사업 전반에 대해 지원 범위를 표시해야 한다는 법제처 의견에 따라 조문을 손봤다"고 설명했다.
전력기금 사용처는 정부가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필요한 곳에 기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 비용을 충당하고 '지역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전력기금을 마음대로 끌어다 쓰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정부가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에서 3.7%씩 떼어 조성하는 것으로 '준조세' 성격이 강한데, 시행령 개정으로 사용 범위를 손볼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예산은 지원 근거가 있더라도 기획재정부와 협의도 해야 하고 국회 심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며 "길을 터놓은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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