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전형적 할머니' 틀 깬 독창적 연기.."그녀 등장하는 장면부터 영화 활력"

김인구 기자 2021. 1. 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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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 후보 진출이 유력시되는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와 함께 출연배우 윤여정에 대한 미국 현지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나리'가 지난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이후 작품상 수상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면, 극 중 한인 가족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나온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싹쓸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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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들판에 자라난 미나리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미나리는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잘 자라는 식물로, 낯선 땅에 정착한 한국인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한데 모인 ‘미나리’의 주역들. 오른쪽 아래 윤여정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스티븐 연, 한예리, 정이삭 감독, 노엘 조, 앨런 김.

- 영화 ‘미나리’로 美서 11번째 연기상 윤여정

美 건너가 손주 돌보는 역할

웃음·울음 내포한 열연으로

담담히 삶 대하는 태도 그려

3월 오스카 후보 지명 ‘성큼’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 후보 진출이 유력시되는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와 함께 출연배우 윤여정에 대한 미국 현지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나리’가 지난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이후 작품상 수상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면, 극 중 한인 가족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나온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싹쓸이하고 있다. 12일에도 수상 소식을 전했다. 콜럼버스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에 이어 샌디에이고, 뮤직시티, 디스커싱필름 비평가협회에서 3개를 더 추가해 11번째 왕관을 썼다. 올해 74세의 여배우로서는 가히 놀랄 만한 수상기록이다. 아카데미에 후보 지명된다면 윤여정은 연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된다. 한류스타도 아닌, 한국말로 연기한 노배우는 어떻게 미국을 매료시켰을까.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는 전형적인 한국의 할머니이면서도 또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순자는 미국으로 이민 간 딸 모니카(한예리)의 요청을 받고 딸 부부가 새로 정착한 시골 마을 아칸소의 트레일러 집으로 찾아온다. 사위 제이컵(스티븐 연)은 땅을 일궈야 하고 모니카는 모자라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병아리감별사 일을 계속해야 하므로 어린 손주 둘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큰손녀 앤(노엘 조)과 달리 막내손자 데이비드(앨런 김)는 심장이 좋지 않아 뛰지 못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곁에서 그를 돌봐줄 어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영어를 모르는 할머니와 한국어에 서툰 손자 사이에 의사소통은 쉽지 않다. 더구나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문화적 거리도 멀다. 처음엔 엇박자를 내지만 순자의 노력과 지혜를 통해 둘은 가까워진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평했듯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 진실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윤여정의 역할은 기대 이상이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보여줬듯 여느 할머니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평범함을 뒤엎는 인물을 창조한다. 마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으로 국민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으나 영화 ‘바람난 가족’(2003)이나 ‘죽여주는 여자’(2016)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중년여성에 관한 보편적이고 관습적인 시각을 깨뜨리는 것과 같다. ‘미나리’에서도 유약한 데이비드에게 “뛸 수 있다”고 말해주는 대목은 할머니의 자상함과 유머, 한 사람으로서 담담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나리’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던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윤여정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부터 영화에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스스로 ‘전형적인 인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한 것처럼, 그는 웃음과 울음을 함께 내포한 연기로 ‘삶에는 이런 것도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윤여정이 그간 독립영화에서 보여줬던 독창성이 ‘미나리’에서 결국 빛을 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오스카상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11일 글로벌 베팅사이트인 골드더비에 따르면 윤여정은 오스카 수상 가능성 예측에서 배당률 6배로 여우조연상 부문 종합 4위에 올랐다. 보통 5명까지 후보 지명되는 오스카의 특성상 이런 예측대로라면 윤여정의 후보 지명은 안정권에 든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는 오는 3월 15일, 시상식은 4월 25일이다. ‘미나리’의 국내 개봉은 3∼4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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