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바이든도 트럼프처럼 對중국 초강경 노선 탈까

박수현 기자 2021. 1. 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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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對中) 무역정책을 설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당선인은 대중 정책에 있어서도 동맹들과 단일 전선을 짜 중국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중 강경기조는 유지하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25%의 관세를 곧바로 철회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018년 10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결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그대로 계속하라.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의 대미 수출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37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보호무역을 미국의 핵심 정책 기조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지난 2018년 그를 "가공할 만한 실력을 갖춘 협상가"로 주목한 바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강경한 대중 무역 정책으로 미국의 노동자에게 혜택을 돌아가게 한 것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공이라고 자평하며 "우리는 사람들이 중국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미국은 이제 경제적 적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을 염두에 둔 대중 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을 바라보는 미국민들의 시각 또한 바꿨다며 "이것이 지속되는 게 나의 희망"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들과도 무역 분쟁을 벌이며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에 실패했다는 바이든 당선인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이 조치를 반대하거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과의 무역 문제는 고율 관세만이 해답이라며 "미국과 중국은 1990년대에 대화를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모든 것이 시간낭비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협정 당시 미국이 일부 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중국은 향후 2년에 걸쳐 2000억달러어치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약속했었다. 중국이 2020년 첫해에는 미국 상품·서비스를 767억달러어치 구매하고, 다음해인 2021년에는 1233억달러어치를 구매한다는 식이다.

전례없는 강력한 조치였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산 의료장비와 개인보호장비에 대해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의료장비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여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공중보건 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보복 관세 등 맞불을 놓으면서 미국 안팎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패권 경쟁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방법이 잘못됐다는 우려가 압도적이다. 중국 반도체의 상징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 등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유·통제하는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중국 3대 통신사, 민간기업까지 제재 목록에 올리면서 이같은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새롭게 출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자신의 치적을 추어올리기 위해 중국과 불필요할 정도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연일 대중 제재를 발표하는 것에 대해 "이러한 제재가 정말로 미국 국익에 부합하고 양국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퇴임 직전이 아니라) 진작에 했어야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은 바이든 당선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행정부가 당장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뒤집긴 어렵겠지만,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마찰은 일단 보류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미국인 절반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는 만큼, 섣불리 상반되는 노선을 택했다가는 내부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미국 전문가 션 딩리 중국 푸단대 교수는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은 세계화 기조를 포기하고 대중압박을 지속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렌샤오 푸단대 중국외교정책센터 교수는 "양극화는 현재 미국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이며 이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이든은 취임 이후 대중문제보다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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