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명품' 입으면 무조건 '패피'? [스경X이슈]
[스포츠경향]
‘인간 구X’ ‘인간 디X’ ‘인간 샤X’…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자주 입는 특정 아이돌들의 별명이다. 아이돌이 가진 개성을 살리고 신체의 단점을 보완한 고급 브랜드 의상이라면 ‘인간 명품’ 호칭은 적절하다. 그러나 값비싼 브랜드 인지도에만 기대어 어울리지 않는 핏을 우겨입는다면? 그것은 단지 ‘패션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
아이돌계 명품 바람이 분 지는 오래다. K팝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패션계에서 아이돌 모델의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톱배우나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델에 국한됐던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의 자리를 글로벌 K팝 아이돌이 대신 차지하기 시작했다. 걸그룹 블랙핑크에 경우 모든 멤버가 각기 다른 글로벌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는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의 마케팅 영향력은 날로 세어지고 있다. 과거 명품 브랜드들은 협찬 가능한 스타를 등급으로 나눠 관리해왔으나 그 경계는 흐려졌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아이돌 스타에게 후해졌다. 그들이 입으면 강력한 홍보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그들이 신상 명품 옷을 ‘올 착장’했음에도 어울리지 않는 핏이나 색감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10일 열린 ‘제35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무대에 선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한 명품 브랜드의 ‘2021 S/S 콜렉션’ 모델 착장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재킷 길이나 바지의 핏이 멤버들과 맞지 않는다” “멤버들 각자의 개성이 사라졌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tvN 수목극 ‘여신강림’ 출연 중인 차은우의 드라마 의상도 누리꾼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드라마 속 의상이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예를 들어 7화에서 차은우는 명품 브랜드 청재킷을 입었으나 일부 시청자들은 “‘응팔’ 시리즈, 찍는 줄 알았다” “헤어부터 의상까지 ‘얼굴천재’ 차은우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의상 혹평은 해당 스타일리스트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명품 브랜드 이름에 기대어 본연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한 현직 아이돌 스타일리스트는 “요즘은 명품 협찬을 확보하는 것이 스타일리스트의 실력으로 결부되다보니 몰개성화로 보일 수 있다. 또는 공항패션이나 행사 노출은 이미 특정 브랜드와 스타가 협의해 홍보비를 받거나 계약관계에 의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티스트의 개성을 살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많은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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