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통발' 원리 이용해 고출력 레이저 만든다

KAIST, 비공진 방식 레이저 원천 기술 개발
다양한 파장과 광 특성 지닌 레이저 개발 가능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사방이 막혀있고 좁은 입구를 가진 ‘통발’에 착안해 기존에는 활용할 수 없었던 소자와 재료로 레이저를 만들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박용근·이상민 물리학과 교수, 김도경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레이저를 구현할 새로운 비공진 방식의 레이저 제작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일반 레이저는 거울 등을 이용해 빛을 가두는 구조(공진기) 안에 빛을 증폭시키는 레이저 소재(이득 물질)를 배치한다. 공진기 내부에서 빛의 경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레이저가 작동하기 때문에 투명한 크리스탈 구조의 이득 물질에서만 레이저를 만들 수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재료 중 투명한 크리스탈로 제작할 수 있는 특수한 레이저 소재들만 활용 가능했고, 크기가 커질수록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다.

실험에서 구현한 ‘빛 통발’ 형태의 레이저 캐비티.(사진=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은 불투명한 이득 물질에서도 빛을 가둘 수 있는 공진기 구조를 내부에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레이저를 개발했다. 물고기를 가둬 잡는데 활용하는 ‘통발’ 형태의 공간에 빛이 갇힌 채로 주변 이득 물질에 따라 산란하면서 증폭되는 원리다. 새로운 레이저는 이득 물질이 투명할 필요가 없어 이득 물질로 사용하지 못했던 불투명 소재들로도 레이저를 만들 수 있다.

불투명한 성질 때문에 기존 레이저 이득 물질로 활용되지 못했던 소재들을 활용해 다양한 레이저 개발이 가능하고,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확장하고, 고출력 레이저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박용근 교수는 “레이저 물질을 가루로 만들고, 통발 형태의 구조를 만들어 불투명한 소재들로도 레이저를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을 제시했다”며 “기존 레이저로 불가능했던 물질을 실험하고 있으며, 새로운 물질을 활용해 레이저를 만들어 새로운 파장이나 특성을 밝히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4일자로 출판됐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