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몸무게 100배 견디는 둥지의 비밀은 '침'

이정호 기자 2021. 1. 1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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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기도 수원시의 한 주택 처마에 둥지를 튼 제비. 서울대 공대 제공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인공 제비둥지. 서울대 공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진흙으로 만들어진 제비 둥지가 제비 몸무게의 100배 이상을 견딜 만큼 튼튼한 이유를 밝혀냈다. 향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건축물 제작에 활용할 기초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정연수 박사·정소현 박사과정생, 서강대 기계공학과 김원정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상임 교수가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제비 둥지가 견고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

여름 철새인 제비는 진흙을 재료로 한 둥지를 처마 밑의 벽 표면에 딱 달라붙듯 짓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런 수직 벽에 집을 짓는 새는 전체 조류의 5% 미만으로 추정된다. 특히 둥지가 벽에 안정적으로 붙어 있으려면 아래 방향으로 당기는 힘을 이겨야 하는데 제비는 당기는 힘에 취약한 진흙을 둥지의 주재료로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 컸다.

연구진은 제비가 침, 즉 타액을 흙과 섞는 행동이 비밀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타액에 포함된 고분자 물질이 흙 알갱이를 서로 붙이는 접착제 역할을 한 것이다. 게다가 제비는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둥지의 윗부분을 강하게 보강하는 공학 기술까지 발휘한다는 점도 알아냈다. 이 때문에 둥지가 제비 몸무게의 100배 이상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제비의 집 짓는 방식이 최신 과학기술인 3D 프린팅과도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제비는 진흙을 한 층씩 쌓아올려 신속하게 둥지를 만들어내는데, 재난현장 등에서 신속히 건축물을 짓는 3D 프린팅 기술과 비슷한 원리라는 것이다. 김호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환경 친화적 물질을 이용한 생체모사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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