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위안부 이어 EEZ 충돌까지.. 갈수록 꼬이는 한·일 관계

2년 전에는 ‘日초계기 갈등’ : 2019년 1월 광개토대왕함이 표류 중인 조난 선박에 대해 구조작전을 펼치는 가운데, 일본 초계기(원 안)가 저고도로 위협 비행을 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을 국방부가 공개했다. 뉴시스

韓해경선-日측량선 한때 대치

한·일 EEZ 겹치는 수역에서

日선박 활동하자 韓해경 제동

日, 외교채널 통해 韓에 항의

갈등 악화… 관계개선 요원

11일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고토(五島)열도 남서쪽 메시마(女島)섬에서 139㎞ 떨어진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쇼요(昭洋)’가 수심 등에 대한 해양 조사를 벌인 것은 최근의 한·일 관계를 감안하면 도발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 해양경찰청의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본 선박은 측량을 계속했고, 일본 측이 다음 달까지 해당 해상에서의 조사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12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11일) 한국 해경으로부터 받은 선박 조사활동 중단 요구와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 한국 해경으로부터 자국 해상보안청 측량선 ‘쇼요’의 조사활동 중단을 요구받자 EEZ임을 앞세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상에서의 충돌은 종종 벌어지는 사안인 만큼 이례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에도 한국 해경은 일본 측량선 ‘헤이요(平洋)’가 조사활동에 나서자 중단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우리 측에 항의했다. 이번에 한국 해경 선박과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이 대치한 메시마섬 서쪽 139㎞ 해상은 한·일 양쪽 연안에서 200해리 범위에 있는 중첩 수역이다. 통상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370.4㎞)까지를 EEZ로 보지만 인접국 간 수역이 겹칠 경우 관련국이 협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종종 충돌이 발생한다.

지난 8일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이후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악화일로에 있는 한·일 관계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양국 관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화 조치에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보류 등 갈등을 이어 왔다. 최근 한·일 양국이 상호 대사 교체를 발표하는 등 관계 개선의 여지를 살피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내 갈등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유진·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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