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최고참 선수에서 구단 신입사원으로, 박상오 오리온 전력분석원

손동환 2021. 1. 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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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0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인터뷰 시기는 2020년 11월 18일임을 말씀드립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팀의 베테랑 선수였다. 팀의 최고참 선수로서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팀의 최고참이었던 선수는 팀 사무국의 신입사원이 됐다. 행동과 마음가짐 모두 새롭게 해야 한다.
박상오 오리온 전력분석원(이하 박상오 분석원)의 이야기다. 박상오 분석원은 11월 16일부터 고양체육관 코트가 아닌 고양체육관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전력분석원으로 말이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위치에서 농구를 보고 있다. 농구를 보는 관점이 이전과 달라졌다. 하지만 농구를 보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농구를 향한 열정이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INTRO
2010~2011 정규리그 MVP.
정규리그 40승 3번.(2009~2010 : 부산 kt-40승, 2010~2011 : 부산 kt-41승, 2012~2013 : 서울 SK44승)
10연패 팀의 6강 PO 진출.(2018~2019 : 고양 오리온)
박상오가 선수 시절 쌓은 주요 커리어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묵묵하면서 영리한 플레이로 팀에 힘을 싣는 선수였다.
그런 그에게도 마지막이 찾아왔다. 2019~2020 시즌이 박상오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너무나 덤덤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전력분석원을 맡기 전까지 많은 걸 경험했다.

불과 몇 달 전부터 많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가장 첫 번째 일이 은퇴였고요. 막막하지는 않으셨나요?
그러니까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웃음). 먼저 은퇴하고 나서는 막막하지 않았어요. 막막하기보다는 쉬지 않고 달려온 저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많이 쉬려고 했죠. 6개월 정도 쉰 것 같아요.
여행도 가고 싶었고, 여러 가지 계획을 수립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19’ 때문에, 집에서 영화랑 책만 많이 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동안 못 만났던 분들을 (코로나 19 때문에) 조심스럽게 만났죠.
아예 쉰 건 아니었습니다. 은퇴 후 ‘나는 농구인이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은퇴하자마자 한 기자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은퇴하고 어떤 일을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거기에 ‘농구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고, 농구에 관련된 직업을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평생 해온 게 농구였으니까요.
농구 아카데미도 기획했어요. 빅맨이나 포워드를 가르쳐보고 싶었죠.그런데 시작하는 단계에서 전력분석원 제의를 받았죠. 그래서 그 기획을 멈췄고요. 언젠가 기회는 있을 거에요. 그 때 어린 친구들을 한 번 가르쳐보고 싶어요.
유튜브도 그런 것 중 하나였어요. 한 달 정도 확 쉬고, 유튜브 팀이 형성됐죠. 추일승 전 오리온 감독님과 ‘터리픽 12’를 담당하시는 한기윤 PD님, 그리고 저까지 3명이서 유튜브를 하게 됐죠.
유튜브로 어떤 걸 얻으셨나요?
이전에는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런데 유튜브를 하면서 처음 보는 분들께도 인사를 했죠. 처음 보는 분들께 저를 소개하는 법을 배웠어요. 사람 상대하는 법을 배웠죠.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하고 촬영을 하니, 재미있었고요. 이전에는 맨날 운동만 해와서 그런 것들을 몰랐는데, 유튜브를 하면서 발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다가 SPOTV에서 해설위원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성대 결절 때문에 연습만 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제 목소리가 탁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탁성’이었죠. 그런데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정도로 탁해졌더라고요. 그래서 수술을 결심했죠.
지난 4월인가 성대 수술을 받았어요. ‘빠르면 3개월, 늦으면 6개월’ 후에 목소리가 돌아온다고 하시더라고요. 간혹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고요.
9월 정도부터 해설 연습을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목소리가 좋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특히, 피곤하면 더 탁해지고 더 갈라졌어요. 좀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도 4번의 스튜디오 리허설과 2번의 현장 리허설을 했어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제가 현장 리허설을 하는데, 현장에서 헤드셋을 통해 나오는 내 목소리가 너무 탁하다고 느꼈어요. 그 때 더 긴장했죠. 해설위원으로서 잘 하겠다는 포부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했어요.
SPOTV에서도 제 목소리를 불안하게 여기셨는지, 계속 연습을 하자고만 말씀하셨어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전력분석원 제의를 받았고요.
실전 중계를 못해봤다는 아쉬움도 컸겠어요.
아쉬웠죠. 팬들의 반응도 알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저의 탁한 목소리를 싫어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공부한 걸 조목조목 잘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못해서 욕을 먹거나 악플이 달려도, 계속 해보고 싶었어요. 저 같은 개성 있는 목소리도 해설할 수 있다는 포부도 있었고요. 근데 잘 안 됐어요.(웃음)
얼마 안 되는 경험이지만, 해설위원 연습을 한 게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경력 많은 캐스터가 왜 말을 잘 하는지 알았어요. 그런 캐스터가 왜 카메라를 잘 보고 왜 단어를 잘 선택하는지 알게 됐죠.
무작정 해설하고 싶다고 해서, 처음부터 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주변도 있어야 하고, 실전을 계속 해야 감각이 쌓인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잘하는 직업은 아니라는 거죠.
비유를 하자면, 제가 농구를 30년 동안 했는데, 1주일 정도 농구를 한초보자가 저한테 ‘1대1 한 번 하시죠’라고 하는 느낌?(웃음) 어쨌든 해설도 반복 없이는 잘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정착하지 못했던 나날들, 그 때 찾아온 기회
박상오는 은퇴 후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속에서 많은 걸 배웠다. 하지만 불확실한 경험이었기에, 정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양한 곳에서 자산을 얻을 때, 오리온이 박상오에게 ‘전력분석원’을 제안했다. 박상오에게는 기회였다. 전력분석원만큼 현장을 접할 수 있는 직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상오는 ‘전력분석원’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선수 시절과 다른 방식으로 농구를 보고 접해야 하지만, 그건 박상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농구’와 ‘오리온’이라는 카테고리가 박상오의 열정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SNS에 오리온 전력분석원이 됐다는 소식을 업로드했습니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인데요. 언제 제의를 받았고,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셨나요?
강을준 감독님께서 ‘오리온 출신을 전력분석원으로 뽑아야 일을 더 열심히 할 거 아니냐’고 하셨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많이 챙겨주셨어요. 밥도 많이 사주시고요,(웃음) 조언도 많이 해주셨죠. 주변에서도 ‘잘 됐다. 많이 배우고, 그걸 너의 것으로 만들라’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리고 강을준 감독님께서 새롭게 오셔서, 제가 은퇴하는 게 아니에요. 많은 분들께서 오해하실 수 있는데, 저는 원래 40살까지만 농구 선수를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FA로 다른 팀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국장님한테도 ‘오리온에서 은퇴하겠다. 만약에 오리온에서 1년만 함께 하자고 하면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 FA로 나가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국장님께서 지금도 그 말에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어쨌든 모든 상황들이 맞아떨어졌고, 11월 16일부터 정식 출근을 했습니다.
선수 때 전력분석원들을 봤을 건데, 그 때 전력분석원들로부터 받은 인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상대 팀 패턴을 조목조목 찾아내고, 공략법을 알려주는 게 쉽지 않잖아요.
지금 SK 전력분석원인 (이)현준이형과 친한데, 현준이형이 맨날 밤 늦게 퇴근하는 걸 봤어요. 고생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본인이 지금은 전력분석을 하고 있잖아요.
저는 선수로서 많은 걸 누렸어요. 많은 연봉도 받아봤고, 옷-신발도 공짜로 받았어요. 밥도 마음 편히 먹었고요. 원정 가면 호텔에서 재워주고, 해외 전지 훈련도 갔어요. 그 때는 누린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사회에 나가보니 제가 엄청 누렸더라고요.
선수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리온 구단의 신입사원이고,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해요. 선수 시절보다 더 고생해야 하고요. 지금은 고생의 시작에 불과해요.
우선 농구를 엄청 많이 봐야 해요. 다음 상대가 인천 전자랜드라고 치면, 전자랜드의 직전 3경기 혹은 그 이상을 모두 봐야 해요. 선수 때는 상대할 팀을 잠깐 보고 말았는데, 전력분석원은 상대의 정보를 계속 찾아내야 해요. 그렇게 농구를 많이 보고 농구를 많이 공부하는 게, 저한테는 큰 장점일 것 같아요.
출근한 지 며칠 안 되셨지만, 어려운 건 없으셨나요?
많은 분들이 타자 때문에 고생하신다고 하시는데, 저는 다행히 타자는 빨라요.(웃음) 제가 나온 학교(당시 학교명 : 광신정보산업고, 현 광신방송예술고)에서 컴퓨터 시간이 많았고, 그 때 타자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재미있었어요. 문서 작성하는 것도 배웠는데, 그건 다 까먹었어요. 그건 좀 아쉬웠어요.
모든 걸 다 배워야 해요. 동료인 박상현 분석원한테 동영상 편집과 문서 작성 등 전력분석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야 해요. 박상현 분석원은 ‘금방 할 거에요’라고 하는데, 저는 어쨌든 제대로 배울 거에요.
일과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정확한 업무도 궁금하고요.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일찍 시작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일찍 출근하고, 업무가 많으면 늦게 퇴근하는 패턴이죠.
그리고 박상현 분석원이 상대 팀의 전체 패턴을 찾아내는 거라면, 자는 상대 팀 선수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분석해요. 저희 선수들이 상대해야 할 선수들의 세밀한 특징을 찾는 거죠.
선수로서 농구를 보던 관점과 전력분석원으로서 농구를 보는 관점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선수는 경기를 뛰면서 몸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선수 때의 관점과 전력분석원으로서의 관점은 다르다고 다들 하시더라고요.
어떤 때에 이 패턴을 쓰는지, 어떤 팀에 이 패턴을 쓰는지를 파악해야 해요. 그리고 요즘은 대학교 1~2학년이나 고등학생 등 어린 선수들이 기습적으로 드래프트에 나오는데, 그래서 제가 ‘대학교 1~2학년 애들도 봐야 되는 거 아니냐? 고교 선수도 봐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동료에게 물어봤고요.

새내기 전력분석원 박상오, 그의 다짐은?
인터뷰 당시, 박상오는 3일차 전력분석원이었다. 새내기 전력분석원으로서 배워야 할 게 많았다.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다. 본인의 말대로, 고생의 시작점에 섰다.
하지만 그 고생을 당연하게 여겼다. 자신의 업무가 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고, 나아가 자신의 농구 인생에도 힘이 되기를 원했다. 그랬기 때문에, 박상오의 각오는 더욱 다부져보였다.

몇 달의 휴식을 취한 후,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전력분석원을 제의 받기 전에, 해설을 위해서 여러 기자님들께 부탁 드린 적이 있어요. 해설을 하시는 여러 기자님들께 ‘해설을 하려면 어떤 자료가 있어야 되나?’라고 여쭤봤죠.
그랬더니, 기자님들 모두 자료를 엄청 보내주셨어요. 그러면서 정보 공유가 됐죠. 그런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전력분석원으로서의 각오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정보원이잖아요. 상대 정보를 많이 캐내는 일을 해야 해요.(웃음)
우선 제가 초보이기 때문에,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야 되요. 상대 팀의 패턴 하나도 놓치지 말고, 선수들의 성향 하나하나 놓치지 말아야 해요. 물론, 직접 부딪히는 선수들이 더 잘 알 수도 있지만, 제가 우리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 해요.
그리고 대학농구나 중고농구에서 될성부른 선수를 찾아야 해요. 득점력이나 개인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농구의 길을 볼 줄 아는 선수와 팀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를 주목하려고 해요. 농구는 결국 5명이 같이 하는 운동이니까요.
더군다나 프로는 세밀하기 때문에, 개인 능력이나 신체 조건만으로 될 수 없어요. 기본기가 되고 농구를 할 줄 알고 센스가 있어야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요. 팬들에게 욕을 먹을까봐 그런 선수를 안 뽑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kt의 박준영이 그런 선수라고 생각해요. 저 개인적으로는박준영 선수가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 동안 왜 못 썼는지 모르겠지만, 스텝과 속임 동작 다 괜찮아요. KGC의 변준형 선수가 상대적으로 더 잘한 거라 박준영 선수가 욕을 먹을 수 있겠지만, 박준영 선수가 나쁘지 않은 선수에요. 이전보다 근성도 강해졌고, 팀에서 기회도 많이 받고 있고요. 그런 흙 속의 진주를 찾는 게 제 임무거든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농구인으로서 현장으로 복귀했습니다. 홈 경기를 가끔 보러 가니까, 저와 혹시 마주치신 팬들께서 인사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저는 선수 때도 팬들을 보면 살갑게 인사를 하려고 했어요. 하이파이브나 악수를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 경기장에서 마주치면 하이파이브나 악수 한 번 해주시면 좋겠어요. ‘코로나 19’ 시대라 하이파이브나 악수는 조심스러우실 수 있겠지만, 거기에 맞는 친밀함의 표시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항상 열려있으니, 저를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도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웃음)

사진 = 손동환 기자, KBL 제공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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