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김정은 '기승전核'과 文대통령 미망

기자 2021. 1. 12. 11: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평양이 엄동설한에 대규모 집합 정치행사를 개최했다.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급선무인 시점에 7000여 명이 노 마스크로 4·25문화회관이라는 대강당에 모여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를 연 것이다.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이례적으로 실패를 자인했다.

인민의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하는 자력갱생 전략이 겨우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평양이 엄동설한에 대규모 집합 정치행사를 개최했다.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급선무인 시점에 7000여 명이 노 마스크로 4·25문화회관이라는 대강당에 모여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를 연 것이다. 정초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시점에 전대미문의 행사다. 김정은은 셀프 대관식으로 ‘당총비서’에 추대돼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김일성의 국가주석 직함을 제외하곤 모든 직위를 장악해 유일 영도집권체제의 서막을 예고했다.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이례적으로 실패를 자인했다. 특히 “사상초유의 보건위기” “첩첩난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지난해 8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 실패를 공식화했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휘황한 설계도라고 호기를 부렸던 5개년전략은 공염불이 됐다. 유엔의 대북 제재, 수해와 코로나19 등 3중고로 인한 최악의 경제난이 지도자를 백기 투항하게 했다. 인민의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하는 자력갱생 전략이 겨우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당대회에서 천명한 대외 대남전략은 ‘변하지 않는 평양’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5년 만에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아예 강력한 국방력으로 통일을 앞당긴다고 명시, 1970년대 대남 적화통일 노선으로 회귀했다. 과거 핵 개발이 자위적인 전쟁억지력 차원이란 주장을 넘어선 공격적인 표현이다. 김정은의 ‘사업총화’에는 ‘핵(核)’이 36번, 핵무력이란 단어도 11번이나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특히, 동북아 군비 경쟁의 ‘게임체인저’라는 핵잠수함, 극초음속 탄두와 다탄두 고체연료 ICBM 등 대미용 3개와 전술핵무기 등 대남용 3개 등 6대 신무기를 언급했다. 또한,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에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했다.

남측을 향해서는 무력 증강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제시했던 코로나 방역 협력은 일거에 거부됐다. 지난 4년간 일편단심으로 추진된 문 정부의 평양 바라보기 정책도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다. 김정은은 “2017년 11월 대사변(ICBM급 화성-15호 발사) 이후에도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투쟁을 멈춤 없이 줄기차게 영도해 새로운 승리를 쟁취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기만당한 것인지 묵인했는지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핵무력’ 운운 등의 흘러간 노래만 고집하는 평양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다. 비핵화 쇼였다는 판문점선언 등으로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을 방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미·북 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마지막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방역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대화의 가능성까지 열어 놨다. 전술핵무기로 남측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미 형해화된 9·19 군사합의만 붙들고 있어야 하는지 우려스럽다. 아무리 선의의 대북정책을 내놔도 ‘변하지 않는 최고지도자’에 대해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미망(迷妄)이다. 혹한기 심야 열병식과 함께 ‘기-승-전-핵’으로 마무리된 평양의 8차 당대회가 서울에 주는 메시지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