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南과 北의 인지부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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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지구가 곧 멸망할 것이라는 교주의 말을 믿고 재산을 모두 처분한 후 휴거의 날을 기다렸다.
교주는 어리둥절해 하는 신도들에게 "여러분의 신앙을 시험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험을 통과했으니 며칠 후 진짜 구원의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당신들의 변함없는 믿음이 마침내 지구 전체를 구원했다." 그후 신도들은 더욱더 교주를 중심으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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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어느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지구가 곧 멸망할 것이라는 교주의 말을 믿고 재산을 모두 처분한 후 휴거의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예언된 날 지구는 멀쩡했다. 교주는 어리둥절해 하는 신도들에게 “여러분의 신앙을 시험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험을 통과했으니 며칠 후 진짜 구원의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 교주는 말했다. “당신들의 변함없는 믿음이 마침내 지구 전체를 구원했다.” 그후 신도들은 더욱더 교주를 중심으로 뭉쳤다. 왜 그랬을까. 모든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고, 결국 자신들의 처지를 적당히 합리화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심리학 용어로 설명하자면 일종의 ‘인지부조화’인 셈이다.
지난 한 해 지구촌을 괴롭혔던 코로나 사태가 올 들어서는 조금씩 수그러들 조짐이다. 많은 나라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남의 집 이야기다. 초기 방역 성공 신화에 취한 채 백신 조기 구입에 실패하는 바람에 잘해야 하반기에나 집단 면역이 이뤄질 수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것이 되레 국민의 화를 돋운다. 자연히 문재인 정부의 무능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K-방역 신화에 젖어 있던 대통령으로서는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상한 말이 들려온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 자리에서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대한민국은 ‘방역·백신·치료제’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코로나 극복 모범 국가가 될 수 있다”면서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가 끝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 인지부조화의 끝판왕은 북한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6년만 해도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찾아가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라는 종합공연을 관람하며 함박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정은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점차 현실감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김정은은 지난 6일 노동당 당대회 개회사를 통해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서 “일찍이 있어 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이었다면서 “(경제발전에서도)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솔직히 실패를 인정했다. 이쯤 되면 김정은은 치유 중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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