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다" 의사 출신 픽사 韓애니메이터의 '소울' 충만한 삶(종합)[EN:인터뷰]

배효주 2021. 1. 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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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애니메이터
김재형 애니메이터
영화 ‘소울’ 스틸
영화 ‘소울’ 스틸
영화 ‘소울’ 스틸
영화 ‘소울’ 스틸
영화 ‘소울’ 포스터

[뉴스엔 배효주 기자]

병원을 나와 픽사에 입사한 '전직 의사' 김재형 애니메이터. 이제는 사람 아닌 캐릭터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그가 개봉을 앞둔 '소울'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오는 1월 20일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감독 피트 닥터, 켐프 파워스) 개봉을 앞두고 12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개봉을 앞둔 소회 등 여러 이야기를 밝혔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저마다의 성격을 갖춘 영혼이 지구에서 태어나게 된다는 픽사의 재미있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소울'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인사이드 아웃'과 '코코' 제작진을 필두로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인크레더블 2', '토이 스토리 4' 등 주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높은 완성도를 예고하고 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이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2008년 픽사에 입사한 후 '라따뚜이', 'UP', '토이스토리3', '카2', '메리다와 마법의 숲',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굿 다이노', '카 3', '코코', '인크레더블 2', '토이스토리 4', '온워드', '소울'의 캐릭터 개발에 참여했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터란 것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다. 영화 속 배우들처럼 극중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연기를 하게끔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인물은 물론 동물, 사물 등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연기를 시킨다. 보통은 픽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다 애니메이터라고 생각하실 텐데, 실은 저 같은 사람만 애니메이터로 칭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처럼 조명을 담당하는 부서도 있고, 카메라 촬영을 하는 부서도 있으며, 캐릭터의 배경을 만들어내는 파트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가상의 캐릭터지만 이미 스토리가 있고,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의 성격과 배경, 또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하면 좋겠는지 정해져 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맞춰서 인물의 얼굴 표정과 움직임이 잘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내는 것이 애니메이터의 역할"이라며 "특히나 이렇게 큰 작업에서는 아무리 미리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새롭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살들을 붙여서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소울' 작업에 대해 그는 "처음 스토리를 받았을 때 영화의 내용이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완성본보다 어두운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스토리가 조금씩 수정되며 지금의 '소울'이 탄생했다"며 "공개된 후 관객들, 평론가들이 힐링 포인트가 있다고 말해주어서 보람찼다. '소울'은 저 역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영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해볼 구석들이 있어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고 전했다.

픽사의 업무 특성에 대해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수평적"이라며 "누구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점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취합해야 해서다. '과연 이게 효율적으로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미 모여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라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 결정은 감독이 하되, 의견을 차단하기 보단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과거 병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극중 병원 신에 대해 실제와 맞지 않는 부분의 리스트를 적어 건의했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전직 의사였던 그가 어떻게 픽사 입사까지 하게 됐을까.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의대를 들어가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하고, 병원에서 일하는 건 정해진 순서다. 일단 들어가면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라며 "중고교 시절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다. 시험을 잘 봤고, 주위에서도 제게 바라는 부분이 있어서 의대에 진학하게 됐다. 그러나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한 뒤 병원에서 일하며 열의가 줄어든다는 걸 느꼈다. 만족할 만한 결과도 잘 안 나왔다. '왜 그럴까' 한참을 생각하고 내린 결론은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선택한 분야라면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며 결과도 좋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병원을 그만뒀고, 어떤 게 좋을까 계속 생각했다. 마침 이전에 취미로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휴학을 한 적도 있어서 그걸 계속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을까. 그는 "물론 새로운 걸 공부하고 직장을 구하는 과정은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어렵다. 생각만큼 결과물이 안 나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서 결정했기 때문에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다 기쁘고, 매일이 좋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아끼는 픽사 작품으로 "'소울' 이전까지는 'UP'이나 '몬스터 주식회사'를 좋아했는데, 이 영화를 끝내고 하나가 더 추가됐다"고 '소울'에 대한 애정을 전한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서는 극장 개봉이 어려워 디즈니 플러스로 '소울'이 공개됐다. 온 가족이 집에서 함께 보며 힐링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식의 개봉도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한국 상황이 많이 나아지고 있는 걸로 안다. 극장에 조심히 오셔서 '소울'을 관람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소울'은 오는 1월 20일 개봉한다.(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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