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파오차이'? 독도도 다케시마냐" 정부 번역에 쏟아진 분노

정상혁 기자 2021. 1. 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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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김치 공정' 심화, 문체부 "번역 훈령 개정하겠다"
중국 유튜버가 한국식으로 김치를 담근 뒤 'Chinese Food'라고 소개한 영상. /유튜브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 칭한다고 이를 공식 인정하면 안되듯,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라 칭한다고 이를 인정해서는 안된다.”

김치를 자국 문화로 편입하려는 중국 측의 이른바 ‘김치 공정(工程)’이 노골화되면서, 김치의 중국어 번역에 대한 정부 태도가 안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이 같은 내용과 함께 “김치를 중국 염장 채소 ‘파오차이’(泡菜)로 번역한 문화체육관광부 훈령 제427호를 바로 잡아달라”고 국립국어원·한국관광공사 등 관계 부처에 11일 요청했다. 이들은 중국의 ‘김치 공정’을 반대하는 글로벌 청원 운동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문체부가 제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영어·중국·일본어)에 따르면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음식명의 관용적인 표기는 그대로 인정한다”고 규정돼 있고, 예시로 ‘김치찌개’를 ‘泡菜汤’로 번역해놨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 지역 채소 절임을 일컫는 동시에, 한국식 김치를 칭하는 단어다. 논란이 거세지자 문체부는 이날 해명 자료를 내 “향후 김치의 중국어 번역에 대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의 협의를 통해 훈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훈령 제정 당시에는 관용적 표현이라 판단했으나 이제는 ‘독도’처럼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식 김치를 담근 영상을 올린 뒤 해시태그로 'Chinese Food'라 달아놓은 중국 유튜버. /유튜브

중국의 공세에도 우리 정부는 너무 느긋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중국 김치 제조법이 ISO 승인을 받아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됐고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는 거짓 기사를 내보냈고, 환구시보 영자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한국에서 수입되는 김치의 80%가 중국의 한 마을에서 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이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설명하는 사실도 적발됐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이에 대해 바이두 측에 “잘못된 정보를 반드시 바로 잡아달라”는 항의 서신을 발송했다.

지난 9일 구독자 1400만명을 보유한 중국인 유튜버 ‘리쯔치(李子柒)’가 김치 담그는 영상을 올려 불에 기름을 부었다. 해시태그로 ‘Chinese Food’ 등을 달아놓은 이 영상 조회수는 4일만에 조회수 330만회를 넘겼다. 한 네티즌은 “유형·무형 문화재도 국력이 있어야 지킬수 있다”고 썼다. 중국은 김치 뿐 아니라 최근 한복과 판소리 역시 중국의 고유 문화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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