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절약에 관한한 거의 결벽증에 가까운 사고를 갖고 계신 어느 사장님이 있었다. 투철한 절약정신 덕분에 그 회사는 점심시간에는 무조건 사무실의 불을 꺼야 한다. 아무리 더운 여름철에도 에어컨은 절대 틀지 않는다. 대신 전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부채가 하나씩 보급이 된다.
보고서에 들어가는 종이도 물론 이면지를 써야 한다. 직원들 회식비용도 인당 1만원 이상은 넘어 본 적이 없으며 임원들 회식비 또한 상한선이 2만원이라고 한다. 법인카드 사용은 금지되어 있으며 회사가 지출하는 비용과 관련해서는 매월 사장의 주재 아래 별도의 회의가 소집되어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그 회사의 사장에게는 가난과 관련하여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숨기지 말고 회사의 간부들에게 털어 놓으라고 조언을 드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고쳐야 할 점이 있으면 어디를 어떻게 고치는 것이 좋은지도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분께서는 나의 조언대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주셨다. 5명의 임원들이 모인 리더십 연수에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한 말투로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어린 시절을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만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지긋지긋한 가난이기 때문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학교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고 하면 6.25때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에 제가 바로 그런 가난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너무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에 낭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덥지도 않은데 에어컨을 켜 놓고 있는 사람들, 불 켜놓고 퇴근하는 사람들….”
사장의 자기독백이 끝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런 어색한 침묵은 질색이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개입한다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기에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어색한 적막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영업본부장이 사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몰랐습니다. 사장님에게 그런 힘든 시절이 있었는지는……. 시골 부잣집에서 자란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왜 절약을 강조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사장님, 지금의 우리회사의 규모를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구멍가게가 아니지 않습니까? 요즘 세상에 우리처럼 이렇게 구두쇠처럼 생활하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 합니다. 퇴사하는 직원들의 거의 대부분이 사장님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장님의 경영스타일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사장님 혼자서 일하는 회사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더욱 더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려운 피드백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연수는 종료가 되었다. 연수가 끝난 후에도 사장의 구두쇠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회사의 비용집행과 관련해서는 예전과 같은 관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숨막힐 것 같은 분위기가 많이 해소가 되었다고들 말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애들러(Alfred Adler)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 “인간은 누구나가 어린 시절 주변 환경에 의해서 열등감이라는 것이 하나쯤은 만들어지고 이렇게 형성된 열등감은 성격 구성의 한 요소로 작용하여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괴물 같은 존재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혹시나 나를 괴롭히는 괴물이 있는지 돌아보고, 있다면 그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과 같이 나누어 보라는 취지에서 오래전의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2021년을 시작함에 있어서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가까운 지인과 내가 가지고 있는 괴물에 대해 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기 성장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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