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물건 사줄 때까지 조르는 아이, 참을성 부족?
Q. 아홉 살 우리 아이는 하고 싶은 일은 그 일을 하게 될 때까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그걸 가질 때까지 계속 보챕니다.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걸까요?
◇ 짜증은 '감정'이 아닌 감정을 분명히 할 수 없는 '정서' 상태
A.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 어떤 행동 특성을 보이는지 체크해 보면 아이의 심리적인 상황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짜증을 내거나 재촉하는 등 불편한 행동을 하는데, 그 모습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행동을 유발하는 심리적인 요인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짜증은 감정이 아니고 감정을 분명히 할 수 없는 정서 상태를 의미합니다. 아이가 짜증이 빈번하다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원하는 물건을 가지지 못할 때 어떤 마음일까요. 아이는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그 물건을 꼭 가지고 싶다기보다는 불안한 마음을 견디기 힘들어서 빨리 사야 하고, 원하는 대로 것을 즉각 하고 싶어 합니다. 그게 아이가 불안한 마음을 해결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면 짧은 순간은 행복감을 느끼지만, 물질로 충족되는 만족감은 잠깐이고, 탄산음료처럼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풀리지 않습니다. 아이는 무엇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요. 흔히 사랑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어떻게 하면 충분히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 "알아, 근데 안 돼"라는 말은 마음 알아주는 말 아니다
아이에게 사랑은 마음을 알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왜 그 물건이 갖고 싶은지 마음을 알아주어야 하는데, 부모님은 "네가 지금 그 물건이 갖고 싶구나!"라고 반응하면서도, "그런데 비슷한 것이 있잖아. 그리고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안 돼"처럼 조건과 단서가 붙이기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반응은 마음을 알아준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조건 없이 온전히 마음을 알아주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알아서 해결책을 말할 것입니다. 아이 몫의 말을 부모의 조급한 마음으로 앞서는 것은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해결을 위한 방향을 제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행동의 변화는 자신이 자각하고 변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을 바로 사는 것이나 하고 싶은 일을 못 참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 개선이 필요한 행동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왜 바로 사면 안 되는지, 어차피 살 건데 좀 빨리 사면 안 되냐고, 엄마 아빠도 사고 싶은 것을 사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자신의 행동이 아닌 물건에 초점을 맞추는 사고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다릴 수 있고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잔소리처럼 도움이 안 됩니다. 기다릴 수 있는 참을성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포기하는 힘'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유해야 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 포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물건을 가지고자 하는 것은 소유와 의존을 의미하는데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고, 갖고 싶지만, 포기도 할 수도 있고,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행동을 인식할 수 있도록 반영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고, 부모의 쇼핑 방식과 패턴을 체크하고 아이가 닮아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 만족을 충분히 미루는 힘과 자신을 표현하는 힘 밸런스 맞춰야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마시멜로우 실험으로 만족 지연의 효과를 주장했는데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제력을 발휘하면 만족감이 더 높다는 내용입니다. 아이의 자제력과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우선, 대화하고 아래와 같이 아이의 의견을 묻는 것도 좋습니다.
"그 물건을 가지고 싶은 마음을 설명해 보겠니?"
"그 물건을 가지지 못하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볼까?"
"그 물건을 사는데 며칠이나 기다릴 수 있겠니?"
흔하고 평범해서 놓치기 쉬운 것이, 적절한 질문과 대답을 들어줄 수 있는 부모의 여유 있는 마음입니다. 아이의 대답에 따라 쇼핑의 적당한 시점을 정하고 기다리는 동안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함께 해줍니다.
마시멜로우 실험(아이에게 15분 동안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하나 더 준다는 내용)과 만족 지연의 효과를 또 다른 관점으로 보면 아이가 참아야 하는 고통을 감당하는 것과, 아이가 아이답다는 것은 먹고 싶은 것을 참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을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본질은 밸런스 즉,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참을 수 있는 자제력도 있어야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상을 받고 싶어서 끝내 먹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거나 욕구를 지나치게 참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족을 지연할 수 있는 자제력과 자신을 표현할 수는 힘을 키워나가는 것은 다른 듯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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