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직설적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서른여덟 정대세

류청 2021. 1. 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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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류청]

정대세는 변한 듯 변하지 않았다.

“축구보다 가족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할 때는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베테랑이 됐는데 여전히 감정이 강합니다”라고 이야기할 때는 그대로라는 느낌이 든다. 서른 여덟 정대세는 여전히 감정이 풍부하고 표현은 확실 했으나 마음을 열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정대세는 은퇴 직전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알비렉스니가타(당시 임대)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3골을 넣고 아쉬움을 털어버렸고, 은퇴 결심까지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일본 J2리그 소속 마치다젤비아와 이적에 합의했다.

마치다젤비아는 2부에 있지만, 사랑하는 축구를 하며 가장 중요한 가족을 돌볼 수 있는 팀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튜브도 지금은 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축구를 절대로 배신하면 안됩니다. 다 부메랑처럼 제게 돌아오거든요.”

오랜만입니다. 현재 한국에 있다고요?
작년 연말, 12월 28일에 입국해서 자가 격리 중이에요. 와이프가 촬영이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이제 11일에 격리가 끝나는데, 저는 계약 때문에 13일에 일본으로 들어가요.

정말 은퇴하려고 했나요?
코로나19 영향도 있고 해서 베테랑 선수가 살기엔 어려운 세상이에요. 지난 시즌 2부 팀에서 9골을 넣었어요. 나름 괜찮은 활약이었고, 여러 팀에서 관심을 받았는데 조건과 생활 환경 등이 그렇게 좋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 문제를 고려해야 했죠. 그래서 가족과 의논을 해서 잘 마무리해보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선수 생활 마무리도 잘 한 것 같았어요. 시미즈 못 뛰다가 임대 간 니가타에서 결과를 내고 좋은 황혼을 보냈어요. 마지막 경기에서 세 골을 넣고는 ‘마무리가 잘 됐다’라고 생각했죠. 아쉬움은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아쉬움이 없다고 하지만, 고민은 많았을 것 같아요.
축구를 좋아하니까요. 하부 리그에서도 저를 필요로 하면 돈 안 받고도 정말 열심히 할 생각은 있었어요. 그게 제가 인생을 마무리 할 때 후회가 안되는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죠. 축구는 아무 때나 그만둘 수 있지만 나중에 돌아오기는 어렵잖아요.
다만 혼자 살 때는 제 생각만 하면 되는데, 가족이 생기니 아이들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가족은 항상 질리지 않고 행복하니까요. 게다가 아이들을 키우는데도 돈이 드니까 빨리 축구를 그만두고 돈을 벌자고 결론 내렸죠. 그렇게 생각은 하고도 결단을 못 내리고 있었어요. 와이프는 은퇴를 바랐지만, 제가 나중에 후회하는 걸 보며 자신이 아쉬워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막상 은퇴하면 어떻게 살 생각이었어요?
한국에서 살 생각이었어요. 한국에서 방송 쪽으로 반응이 좋았으니까, 방송 출연이나 그런 부분으로 제2의 인생을 생각했어요. 아이들 교육을 생각하더라도 한국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방송에 출연해 반응도 좋았죠?
시미즈에 있을 때 방송을 했는데 잘 됐어요. 한국에서도 반응이 어느 정도 있었죠. 그런데 현역으로 뛰며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멘탈 붕괴’ 직전까지 갔어요. 경기 끝나고 바로 한국으로 가서 촬영하고, 연휴에도 촬영하고. 경기를 뛸 때는 괜찮은데, 선발로 못 나가고 내 마음대로 안 되면 자책감이 들었어요. 축구를 배신하고 다른 데 집중해서 죄를 지었으니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촬영하며 좋은 걸 찍기 어렵잖아요.
스튜디오에서 말 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제가 한국어를 제대로 못하니까 어마어마한 분들 이야기에 끼어들어서 말하려면 엄청난 ‘멘탈’이 필요해요. 그래도 계속 방송하면서 반응이 좋아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제가 사실 일본에서는 방송을 더 잘해요. 해설도 반응이 좋고요. 다만 제 이미지는 오직 축구죠. 한국에서는 방송이 재미있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았어요. 그래서 한국 생활을 고려했던 거예요.

이렇게 구체적인 계획을 하고도 마치다젤비아와 계약한 이유가 있나요?
은퇴를 이야기하려고 에이전트에 전화를 하려다 아쉬워서 전화를 못했어요. 공항으로 가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먼저 전화가 왔어요. 마치다는 사실 처음에 관심을 보이다가 살짝 멀어진 팀이었는데 다시 오퍼가 온 거죠. 마치다는 계약도 마음에 들었고, 도쿄도에 있어서 아이들 교육에도 좋아요. 축구 선수를 2부에서 하면서 아이들 교육도 신경 쓸 수 있으니까요.

축구와 가족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조건이군요.
연봉을 제외하고는 다 완벽해요. 가족이랑 같이 지낼 수 있어요. 니가타에서는 숙소 생활을 하며 따로 살았어요. 생활은 편했죠. 축구에 집중하고요. 그런데 가족이랑 시간 공유 못 한다는 게 너무 외로웠어요. 한 번 가족의 품에 안겨봤더니 경기 후에 너무 아쉬움이 컸어요. 경기하면 흥분하니까 끝난 뒤에는 그 품에 안기고 싶은데 숙소에 돌아오면 혼자잖아요. 활약 못하면 제대로 못해도 힘들고, 골 넣고 와도 혼자이고, 만족할 일이 없었어요. ‘가족이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죠. 무조건 가족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애들이 제일 귀여울 때이기도 하고요. 남자 아이는 초등학교 중반부터 남자가 돼 가고 중학교 가면 아빠와 다투게 되고, 딸은 크면서 아빠와 멀어지잖아요(웃음). 이 시간에 따로 사는 건 아니라고 봤어요. 정말 세상이 180도 바뀌었어요. 인간미가 더 생겼죠. 저는 여전히 감정적이지만 다른 사람의 힘든 일이나 좋은 일을 보며 제 일처럼 받아들이게 됐어요. 아들과 딸이 있고, 모든 사람이 연결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도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잃은 걸 보면 울게 되더라고요. 저도 애들을 잃어버리면 정말 죽고 싶을 거예요.


처음으로 봤던 게 2000년대 후반입니다. 인터뷰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다는 걸 느낍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네요. 예전엔 축구도 욕심대로 했어요. ‘내가 골 넣었는데 왜 나를 안 뛰게 하지’라는 생각에 표현도 많이 했죠. 가시가 많은 성격이라고 할까요. 베테랑이 돼서 그런 게 있으면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불만이나 욕심은 삼켜야 해요. 시미즈에서 못 뛸 때도 그렇고, 니가타에서도 결과를 냈는데 불공평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받아들여야 했죠. 베테랑은 그렇게 어린 친구들에게 길을 터주고 은퇴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생각해보니 저도 어렸을 때는 은혜를 많이 받았어요.
저는 그래도 감정적인 인간이에요. 눈물도 많고 화도 많아요. 모든 감정이 세니까요. 다른 베테랑들은 경기에 못 뛰고도 감정을 잘 숨기는데, 저는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잠도 못 자고 집에서 계속 울었어요. 베테랑이 되면 감정을 숨길 수 있을지 알았는데 말이죠. 저는 감정이 세니까 '털어내지 않고는 살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라고 스스로 이해하고 있어요. 물론 이런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저를 사랑해줬어요. 팀 동료들에게는 폐를 끼치기도 했죠.

인터뷰를 슬슬 마무리해보죠. 새 삶을 고려한다면, 2년 동안 더 뛰면서 유튜브나 방송을 같이 해도 되지 않나요?
지금은 유튜브를 안 하려고 합니다. 축구를 배신하면, 축구도 저를 배신해요. 모든 일은 부메랑처럼 제게 돌아와요. 은퇴하면 시작하려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선수 생활은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나요?
제 자신과 대화를 해야죠. 계약 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정대세 축구 인생에 후회를 안 남기도록 노력할 겁니다. 저는 손흥민처럼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축구 인생은 아니에요. 어느 정도 성공했고, 어느 정도 연봉도 받았고, 월드컵도 출전했지만 최고 무대까지는 못 갔으니까요. 축구에 감사할 정도죠. 그래도 저와 제 가족의 삶을 위해서 후회없이 제대로 살아 보려고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니가타, 시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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