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도 코로나 걸렸다

[경향신문]

미국 샌디에고 동물원의 고릴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공개된 고릴라들의 모습. 샌디에고|AP연합뉴스

고릴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AP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동물원에서 최소 3마리의 고릴라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농무부 국립수의과학연구소도 고릴라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사자, 호랑이, 밍크, 개, 고양이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유인원의 감염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물원은 지난 6일 고릴라 두 마리가 기침을 하자 배설물 샘플을 검사했다. 이 동물원에는 고릴라 8마리가 함께 살고 있는데 검사결과 3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고릴라에 대한 조사도 진행중이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조사중이지만, 동물관리팀 직원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무증상이었고 고릴라들을 관리할 때 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동물원은 밝혔다. 동물원은 동물을 접촉하는 직원들이 얼굴 보호막과 보안경을 쓰도록 하는 등 방역조치를 추가하기로 했다.

동물원 이사인 리사 피터슨은 이날 “특별한 치료법은 없지만 비타민과 수분을 공급하고 있고, 고릴라들은 잘 지내고 있다”며 “야생동물은 야생동물 나름의 회복력을 갖고 있고, 인간과 다르게 치유될 수 있다”고 밝혔다.

ABC뉴스는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DNA의 98.4%를 인간과 공유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고릴라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에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세계야생동물기금에 따르면 이번에 감염이 확인된 고릴라 종은 지난 20년동안 밀렵과 질병으로 개체수가 60% 이상 감소했다.

고릴라들이 살고 있는 샌디에고 동물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일반인의 방문이 폐쇄됐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