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처음처럼', 순한 소주로 '진로' 대항한다

롯데칠성음료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 대항마로 더 순한 '처음처럼'을 내놨다. 주력 제품인 '부드러운 처음처럼' 알코올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추고 '순한 처음처럼'(16도)은 0.5도 내렸다.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가 처음처럼 알코올도수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19년 11월 이후 1년여 만이다.

롯데주류 처음처럼 제품

이 같은 대대적인 리뉴얼은 코로나19 이후 가정용 제품 판매량이 늘어난데다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저도주 선호 열풍이 불고 있어서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 순한 맛으로 인기를 끈 점도 알코올 도수를 대폭 낮춘 배경으로 풀이된다.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이날 주류 도매상 등에 소주 '처음처럼' 리뉴얼 제품을 공개하고 판매 정책에 대한 공문을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시리즈 3종 전 제품의 알코올도수를 낮추고 제품 리뉴얼을 진행한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알코올도수가 가장 높은 '진한 처음처럼'도 기존 20도에서 16.7도로 내리면서 전 제품이 16도대에 진입했다.

리뉴얼 시기에 맞춰 광고모델도 바꾼다. 지난 4년 간 모델로 활동해 온 수지와 계약을 끝내고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선정했다.

롯데주류의 16도 소주 계획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작년 10월 롯데주류는 알코올도수 16도 처음처럼 원액에 대한 신고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둔 상태다.

롯데주류가 주력 제품인 처음처럼의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선 배경은 하이트진로의 독주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업소용 제품 판매가 부진, 전체 소주 시장 규모가 전년 보다 약 3~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주류는 작년 1·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3분기 소주 매출액 6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보다 2% 늘며 간신히 반등했다.

반면 하이트진로의 경우 '진로이즈백'과 '참이슬'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트진로의 소주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7% 성장한 3350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하이트맥주·진로 합병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이에 롯데주류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커지고 있는 저도주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소주 저도화 추세에 따라 처음처럼 알코올도수를 낮추는 등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리뉴얼 제품 초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