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언 듣겠다"는 KBO 정지택 총재, 감언에 현혹되지 말아야[SS 시선]

장강훈 2021. 1. 1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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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를 이끌 정지택 총재가 최근 주요 언론사에 취임 인사를 전해왔다.

KBO측은 "신년 인사를 겸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KBO 총재는 듣는 자리다.

KBO 리그를 관장하는 총재 위치가 단순히 '듣기만 하는 자리'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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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정지택 신임총재 취임식. 공동사진취재단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이끌 정지택 총재가 최근 주요 언론사에 취임 인사를 전해왔다. KBO측은 “신년 인사를 겸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취임사와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는데 ‘KBO리그가 더욱 빛나고 단단한 앞날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분들의 가르침과 격려가 필요하다’며 ‘항상 고언에 귀 기울이고 도움 청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듣겠다’는 의지가 반갑다. 퀀텀 점프(물리학용에서 차용한 기업이 사업구조나 사업방식을 혁신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것)를 핵심가치로 삼고 각계 의견을 경청해 발전 방향을 만들어내겠다는 게 정 신임총재의 포부로 보인다.

KBO 총재는 듣는 자리다. 그런데 마냥 듣기만 해서도 안되는 곳이다. 크게 구단만 놓고봐도 이미 10가지 의견이 있다. 구단 내에서도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과 선수들의 의견이 엇갈리기 일쑤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1군과 2군, 프리에이전트(FA)와 외국인 선수 등 입장에 따라 같은 장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타자와 투수에 따라 시각차가 있는 것도 야구인 특성 중 하나다. 하다못해 비디오판독 개선 방안 하나만 화두로 던져도, 수 많은 의견이 나온다. 하물며 집단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면, 수 백가지 이해가 충돌하기 마련이다. 민주주의 원칙 중 하나인 다수결로 사안을 결정하더라도, 소수의견을 지지한 쪽은 소외받았다며 성토대회를 한다. KBO 리그를 관장하는 총재 위치가 단순히 ‘듣기만 하는 자리’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0개구단 모두 긴축 재정이 불가피하다. 이는 KBO도 마찬가지다. 곳간이 비면 유혹에 빠지기 쉽다. KBO가 비축한 기금을 구단들이 쉽게 빼먹을 수 있는 이른바 공동저장소처럼 생각하는 시각도 있다. 당장 배를 곪을 판이니 급한대로 융통하고, 사정이 나아지면 채워넣자는 식의 감언(甘言)도 있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 몇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KBO기금은 야구 발전, 유소년 지원 등 명확한 용도가 정해진 자금’으로 용처가 명확히 정해진 탓에 성사되지 못했다. 정관과 규약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기대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리가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임총재의 ‘듣겠다’는 얘기가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러운 지점이다. 지향점이 명확하면 목표에 도달할 방향 정립도 쉽다. 스스로 중심이 흔들리거나, 주관없는 소통은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야구계는 사안에 따라 합종연횡이 자유로운 곳이라 피아구분이 매우 어렵다. 가려 듣는 혜안도 필요하고, 때문에 지향점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정해둬야 한다. 정 총재의 ‘듣는 귀’는 지향점을 향한 공익성, 공공성 확보를 통한 퀀텀점프 실현에 초점이 맞춰져야 수 많은 이(利)의 충돌을 슬기롭게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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