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김정은의 남한 겨냥 전술핵 개발 '커밍 아웃'
북한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국가 핵무력 건설 대업 완성’을 강조하며 미국와 우리를 겨냥한 각종 신무기 개발 계획을 쏟아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등 대미용 전략무기들이 관심을 많이 끌었습니다만, 정작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전술핵무기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북한과 김정은은 핵개발이 동족인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용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해왔는데요, 이번에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개발을 처음으로 여러 차례 공식 언급함으로써 속내를 ‘커밍 아웃’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김정은의 전술핵무기 개발 지시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김정은의 전술핵 개발 공개적 지시는 처음
김정은은 이번 당 제8차 대회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보다 발전시키라”며 전술핵무기 개발을 지시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이 전술핵 개발을 공개적으로 지시한 건 처음인데요, 전술핵은 위력이 전략핵무기에 비해 작고 운반수단(미사일)의 사거리가 짧아 우리와 일부 주일미군 기지 정도가 사정권에 들기 때문에 명백하게 우리를 겨냥한 핵무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술핵무기는 수 킬로톤(㏏·1㏏은 TNT 폭약 1000t 위력)에서 수십 킬로톤의 위력을 갖고 있는데요, 히로시아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15~22킬로톤)과 비슷한 위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를 주로 겨냥한 사거리 400~600㎞ 안팎의 북한 신형 전술 미사일(KN-23·일명 북한판 이스칸데르)과 초대형 방사포(직경 600㎜) 등에 탑재할 수 있지요.
북한 매체는 실제로 ‘첨단 전술핵무기’라며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전술미사일,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 중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입니다.
핵심은 북한이 과연 이들 무기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능력을 정말 갖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우선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널리 알려진 KN-23 신형 전술미사일은 사거리 600㎞ 이상으로 남한 전역과 일부 주일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넣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실시했고, 지난해 10월 열병식에 등장해 실전 배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KN-23 신형 전술미사일은 이미 핵탄두 장착 능력 확보한 듯
이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500~600㎏, 직경은 92㎝ 정도라고 하는데요, 북한이 2017년 6차 핵실험 직전 등 지금까지 두차례 공개한 핵탄두는 직경 60~70㎝, 무게 500㎏ 안팎으로 추정돼 KN-23의 경우 현재 기술로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신형 미사일과 600㎜급 초대형 방사포의 경우 탄두 직경과 무게 등을 감안하면 북한이 아직 이 무기들에 장착할 전술핵탄두는 개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북 핵개발에 정통한 군 소식통은 “북한은 아직 핵탄두를 무게 300㎏, 직경 60㎝ 이하로는 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를 조기 탐지, 30분 내에 무력화하는 ‘킬 체인’(전략표적 타격)과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KAMD(미사일 방어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KN-23및 초대형 방사포의 이동식 발사대를 수십기 이상 양산해 배치할 경우 이들을 단시간 내 탐지, 파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핵탄과 비핵탄 수십발 섞어서 쏠 경우 구별, 요격 불가능
또 동시에 수십 발이 날아올 경우 기존 패트리엇 PAC-3 미사일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을 통한 요격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특히 북한이 핵탄두 장착 KN-23 1발과, 재래식 비핵탄두를 장착한 KN-23 및 초대형 방사포 10여발을 섞어서 쏠 경우 어느 게 핵탄두 장착 미사일인지 구별해 요격할 방법이 없습니다. 10여발이 한꺼번에 날아오면 다 요격하는 것도 현재 우리나 주한미군 능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KN-23과 초대형 방사포는 통상적인 탄도미사일에 비해 요격이 어려운 ‘풀 업’(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급상승 및 하강) 기동을 합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전술핵을 실천 배치하면 한국군 재래식 무기들의 질적 우위도 사실상 소멸된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은 또 “역사적인 2017년 11월 대사변(화성-15형 발사) 이후에도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투쟁을 멈춤 없이 줄기차게 영도하여 거대하고도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였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은 스스로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미국과 비핵화 회담을 진행하는 중에도 핵개발을 해왔다며 일종의 ‘비핵화쇼’'사기극'이었다고 ‘커밍 아웃’한 셈입니다.
김정은은 “국가 핵무력 건설 대업을 완성하는 것은 반드시 선차적으로 점령해야 할 전략적 고지”라고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이날 ‘핵’을 최소 36차례 언급하면서 ‘비핵화’는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북 핵잠수함,전술핵 언급 없었던 문대통령 신년사
김정은과 북한이 이제 속내를 드러내며 ‘커밍 아웃’을 한 만큼 우리가 가야할 길도 명확해졌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11일) 신년사에서 “남북 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며 “남북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협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춰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루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이 우리를 겨냥한 전술핵 개발에 대해서도 ‘커밍 아웃’을 했는데 우리 군 통수권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군 수뇌부 만이라도 더욱 위기의식과 절박감을 갖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유사시 북한이 우리에게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비수와 독침에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미국이 구소련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해 발표했던 상쇄전략과 비슷한 ‘한국형 상쇄전략’을 수립하고 유사시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의 급소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한국형 독침무기’ 개발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이런 독침 전략무기들을 개발하는 곳이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 국방과학연구소(ADD)인데요, 그런 ADD가 최근 소장 인사 문제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의 커밍 아웃으로 떨어진 ‘발등의 불’을 끄는 일은 ADD를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듯합니다.
◇조선일보는 매일 아침 재테크, 부동산, IT, 책, 영어 학습, 종교, 영화, 꽃, 중국, 군사 문제, 동물 등 16가지 주제에 대한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여기>를 클릭하시거나, 조선닷컴으로 접속해주세요.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체 인구 1% 한국 부자, 전체 금융자산 59% 갖고 있다
- 회사 돈 빌려 53억 아파트 매입… 위법 의심 외국인 부동산 거래 282건 적발
- 홍준표 “사람 현혹해 돈벌이하는 ‘틀딱 유튜브’ 사라졌으면”
- 기아, 인도에서 콤팩트 SUV ‘시로스’ 세계 최초 공개
- 조국혁신당, 한덕수 탄핵 소추안 준비...“내란 방조, 부화수행”
- 금감원, 뻥튀기 상장 논란 ‘파두’ 검찰 송치
- DPK pressures acting president with impeachment over delay in special counsel bills
- ‘박사방 추적’ 디지털 장의사, 돈 받고 개인정보 캐다 벌금형
- 마약 배달한 20대 ‘징역3년’... 법원 “단순 배달책도 엄벌 불가피”
- 대학 행정 시스템에서 번호 얻어 “남친 있느냐” 물은 공무원... 法 “정직 징계 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