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한 번 상처줬다면, 네 번 잘해주세요

곽아람 기자 2021. 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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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상처줬다면, 네 번 잘해주세요

/일러스트=김도원

혹시 최근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상처주는 일 하셨나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이를 만회하려면 네 번 잘해줘야 한답니다. 뇌는 좋은 기억은 쉬이 잊어버리고 나쁜 기억은 오래 갖고 가기 때문에 나쁜 경험 하나를 극복하려면 좋은 경험이 네 번 필요하다네요. 지난 주말 Books에서 소개한 책 ‘부정성 편향’의 저자들은 이를 ‘4의 법칙’이라 말합니다. 책에는 이외에도 이벤트·선물 자주 하는 커플보다 상대가 싫어하는 짓을 하지 않는 커플, 그러니까 잔소리하고 싶을 때 입을 다무는 커플이 더 오래 간다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습니다.

'부정성 편향' 리뷰

부정성 편향

지난주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었지요. 저는 주식을 하지 않습니다만 주변에서 환희의 함성이 들려오더군요. ‘동학 개미’들이 많긴 많은 모양입니다. Books에서 소개한 ‘돈의 심리학’의 결론은 결국 시장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존버’하라는 이야깁니다. 누구나 무릎에서 시작해 어깨에서 팔기를 원하지만 어디가 무릎이고 어깨인지, 또는 발끝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은 ‘꾸준함’입니다. 투자 경력 75년이 넘는 워렌 버핏도 자산의 99%를 쉰 살 이후 쌓았다고 하네요.

'돈의 심리학' 리뷰

돈의 심리학/인플루엔셜

불면의 밤, 겪어보셨습니까? 만성적 불면의 원인은 아마도 ‘마음의 허기’ 때문일 겁니다. 6만부 팔린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 다이어트의 고뇌를 담은 에세이집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등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 박상영(33)씨가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다독가들이 비장의 독서 목록을 소개하는 신설 코너 ‘당신의 책꽂이’에서 김금희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를 비롯, ‘잠 못 이루는 밤 마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읽는 책’ 다섯 권을 추천했습니다.

소설가 박상영이 권하는 '잠 못 이루는 밤 마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읽는 책 5'

코로나 시대, 수많은 ‘뉴노멀’ 중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프면 출근하지 않습니다”라는 지침입니다. 아파도 등교해 공부하고, 출근해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데 고작 열 있고 기침 나는 정도로 회사에 나오지 말라니요. “아파도 출근합니다”에서 “아프면 집에서 쉽니다”로의 극적 전환이라니. 각종 잔병 앓으며 눈치 보던 ‘프로 골골러’들이 이 때다, 그간의 설움을 쏟아내는 모양입니다. 서점가엔 ‘시름시름 투병기’가 연이어 등장하네요.

시름시름 투병기

“‘또 아파?’라는 말을 들었다, 오늘도.” 위장병, 과민성대장증후군, 치열 등을 줄기차게 앓아온 16년차 회사원 강이람씨가 쓴 ‘아무튼, 반려병’(제철소)의 부제입니다. “아픈 몸과 팀워크를 이루는 것이 병을 대처하는 기본 자세임을 몇 년간의 골골이 생활을 통해 배웠다”고 합니다. 병(病)에 대한 이야기가 과연 잘 팔릴까, 했던 출판사 우려가 무색하게 출간 두 달만에 중쇄를 찍었습니다. 직장생활하며 갖은 고질병 얻은 3040들이 많이 사 본답니다. 원인 모르는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다울씨의 ‘천장의 무늬’(웨일북)도 석 달만에 5000부 팔렸습니다. 저자는 “엄살이라는 말이 우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적고 말하고 듣는 일이 원활해졌으면 한다”고 씁니다. ‘편두통, 한없이 예민한 나의 친구’(궁리)라는 책도 나왔네요. 입원할 만큼 큰 병이나 ‘족보 있는 병’을 앓아야만 투병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입니다.

시름시름 투병기

책들은 ‘아픈 사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지적합니다. 강이람씨는 “또 아프냐는 질문은 ‘네’, ‘아니요’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의문문의 탈을 쓴 명령문이다. 어떤 의도로 물어보았건 결론은 ‘그만 좀 아파!라는 것인데 그 말이 아픈 이들에게는 깊은 상처가 된다”고 말합니다. 아프면 노동력을 갉아먹어 조직에 폐를 끼치고, 어떤 병은 타인에게 전염되기도 하니 죄책감 가지라는 무언의 압력. 오죽하면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동녘)라는 책까지 나왔을까요.

확진자 발생 문자가 또 들어오네요. 병에 걸리는 건 죄가 아닌데,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내심 ‘이 시국에 돌아다녀서 그런 거 아냐?’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수전 손택이 ‘은유로서의 질병’에 적은 문장을 곱씹어 봅니다. “사람들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이 두 왕국의 시민권을 갖고 태어나는 법, 아무리 좋은 쪽의 여권만을 사용하고 싶을지라도, 결국 우리는 한 명 한 명 차례대로, 우리가 다른 영역의 시민이기도 하다는 점을 곧 깨달을 수밖에 없다.” 곽아람·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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