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창출 못하면 '플랫폼 제왕'도 한순간에 추락..데이터·기술 잡아라
<중> 끊임없이 가치 창출하라 중>
세계를 호령하던 플랫폼 기업이 한순간에 쇠락하기도 하고 다른 플랫폼이 어느 날 갑자기 그 자리를 대체하기도 한다. 그 어느 시장보다 변화가 빠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플랫폼’의 조건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플랫폼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핵심 조건으로 가치(value) 창출을 꼽는다. 모든 디지털 경제가 플랫폼으로 수렴하는 플랫폼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유저들에게 끊임없이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기업과 기업, 기업과 개인 또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승강장 형태의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플랫폼에는 사람이 모이지도 머물지도 않는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일반 사업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고객 중심적인 경영이 필요하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플랫폼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플랫폼인 음원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와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다. 두 플랫폼은 각각 음원과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르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우선 고객을 끌어모은 뒤 이를 수익화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에서 3억2,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음원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무료 이용자의 재생 이력 및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음악 추천 알고리즘으로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역시 이용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 동영상을 제공하는 콘텐츠 추천·검색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제작 산업계와도 협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미 확보한 데이터의 양을 비약적으로 늘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M&A도 활발하다. 독점적 시장 특성상 신규 고객이나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M&A가 불가피하다. MS는 기존에 보유한 오피스 유저 데이터를 확장하기 위해 지난 2016년 262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 네이버가 명함 관리 앱 ‘리멤버’를 인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MS와 오라클 사이에서 벌어진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인수경쟁 역시 수익 확대보다 틱톡이 보유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회원 데이터 확보가 목적이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의 M&A는 2010년 611건에서 2018년 2,290건으로 3.7배 가까이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00년 PC 운영체제(OS)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올라선 ‘윈도’(Windows)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모바일 시장에 진출했지만 쓴 잔을 마셨다. 앱 개발자들에게 제대로 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해 앱 유통 플랫폼 구축에 실패한 것. 이런 상황에서 PC OS와 동일한 유료화 정책을 밀어붙이자 소비자와 단말 생산 업체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결국 모바일 운영체계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가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구글 안드로이드가 왕좌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은 많은 사용자를 연결하고 좋은 서비스를 찾아주는 모델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와 AI”라며 “스포티파이는 후발주자지만 알고리즘으로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제공했고, 테슬라는 사용자 데이터를 통한 끊임없는 소프트웨어 피드백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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