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대와 같은 반열..김여정 강등 '입지 약화'는 아닌 듯 [뉴스분석]

원재연 2021. 1. 12. 06: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당 총비서에 추대한 건 그의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고 당 중심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의외인 건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노동당 핵심 그룹인 정치국에서 탈락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 제1부부장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이 8차 당대회에서 그의 위상에 걸맞은 당 직책을 부여받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北 당 조직개편 의미
김여정, 당 부장에도 이름 못올려
직책과 상관없이 리베로 가능성
대남협상 김영철 통전부장 복귀
대미협상 최선희 후보위원 강등
11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열린 8차 당대회 6일 차 회의 내용을 전하며 '당 제8차 대회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당 총비서에 추대한 건 그의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고 당 중심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당 직함은 제1비서였지만 2016년 5월 7차 당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이번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역임한 총비서가 됨으로써 선대와 같은 반열에 오른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권력을 승계한 2011년 말부터 북한 최고 권력자였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직책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당대회에서 총비서에 추대되면서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총비서 추대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유일집권체제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의외인 건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노동당 핵심 그룹인 정치국에서 탈락한 것이다. 김여정은 외교·안보뿐 아니라 국내 문제에도 두루 관여해 북한 정권의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보당국은 김여정이 외교·안보를 비롯해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번 당대회에서 승진할 가능성을 점쳤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 제1부부장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이 8차 당대회에서 그의 위상에 걸맞은 당 직책을 부여받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도 김여정의 직책 격상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번 인사로 김여정의 직책이 외려 낮아지면서 그의 위상 변화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만으로 김여정의 입지가 약화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여정이 과거에도 후보위원에서 빠졌다가 재진입한 경우가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의 동생으로 국정 운영에 참여해온 만큼 정치적 위상이 쉽사리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여정이 직책과 무관하게 리베로 식으로 대내외 주요 현안에 적극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위상과 관련해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그가 여전히 당 중앙위 위원에 올라와 있는 만큼 중요한 직책을 맡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열린 8차 당대회에서 초고속 승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치국 고위급 명단에서 제외됐다. 사진은 2019년 북·미 정상회담 행사를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당시의 김 부부장 모습. 하노이=EPA연합뉴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인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초고속 승진했다.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던 조용원은 정치국 위원을 건너뛰고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당 부장을 맡지 않은 채 이례적으로 중앙군사위 위원에도 포함됐다. 정치국 상무위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에 따라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고 국가의 중요 간부 임면 문제를 토의할 수 있게 된 점을 고려하면 명실상부한 권력 핵심이 된 것이다. 당 규약 개정으로 정족수와 상관없이 수시로 열 수 있게 된 중앙군사위 위원이 되면서 군에 대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조용원 상무위원
대남·대미 라인 입지가 축소된 것도 눈에 띈다. 대남·대미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 당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으로 복귀했고, 대미 협상에 나섰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이번 당대회가 경제정책 등 내부 사안에 방점이 찍히면서 대외 사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원재연 선임기자 march27@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