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분할 속내는?] '플랜트 왕좌' 내려놓고 디벨로퍼로 변신?

김노향 기자 2021. 1. 1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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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②] 구조조정 후 부동산 서비스·의료용 소재 신사업 확대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에서 ‘영업이익 1조클럽’은 대림산업이 유일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9~2020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재계 18위 대림그룹이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을 분할한 목적은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 제고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건설과 석유화학사업은 경기 사이클이 달라서 투자를 위한 빠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외부 충격에도 취약한 대표 업종이다. 새로 출범한 DL은 과거 대림산업이 강점을 보였던 플랜트 대신 수익성 높은 부동산·IT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된 석유화학부문 DL케미칼은 비상장사로 남게 돼 앞으로 기업공개(IPO)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돈 잡아먹던 플랜트 잘라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에서 ‘영업이익 1조클럽’은 대림산업이 유일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9~2020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1조2211억원,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인 11.1%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1년 만에 10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대림산업은 2년 전 영업이익률이 3%대까지 고꾸라졌다. 가장 큰 원인은 플랜트부문의 적자였다. 대림산업의 플랜트부문은 2013년 적자전환 후 2017년까지 5년 동안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이 기간 동안 누적된 세전 순손실은 2조원을 넘었다.

대림산업은 저유가로 수익성이 낮아진 플랜트부문에 대해 2019년 임직원 무급휴가·임금 동결과 반납·승진 중단·임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플랜트 신규 수주는 2018년 1조4201억원에서 2019년 1조321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460억원으로, 이중 주택부문이 6637억원(78.4%)을 차지했다.

주택사업 실적이 전체 성장을 이끈 셈이다. 대림산업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한 단계 아래인 GS건설(4위)의 경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45억원으로 주택부문은 이보다 많은 6960억원을 기록했다. 플랜트부문 손실이 1942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DL은 자체적으로 플랜트부문의 빠른 구조조정이 회사를 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 출범한 DL이 기업분할을 계기로 사업부문별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계속 강조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부문의 DL E&C는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이해욱 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디벨로퍼 역할을 키우겠다는 계획. 부동산 개발 시행·금융 조달·시공·운영 관리를 비롯해 빅데이터사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공동주택 설계에도 각종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지난해 업계에선 처음으로 기획·설계 단계에 건설정보모델링(BIM) 기술을 적용했다. 3차원 영상이나 실물과 같은 모형을 이용하는 시공방식이다. 건설 현장에 드론이나 로봇 기술 적용도 점차 확대하고 협력업체와 공유할 방침이다.



케미칼, 5년 동안 최대 3조원 투자한다


DL은 석유화학 계열사인 DL케미칼이 윤활유와 의료용 소재 등 전문 분야로 진출해 ‘글로벌 톱20 석유회사’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DL은 앞으로 5년 간 2조~3조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엔 미국 화학회사 크레이튼의 카리플렉스(합성고무) 사업부를 5억3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카리플렉스는 수술용 장갑이나 주사기 마개 등에 쓰이는 의료용 소재 생산업체로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 점유율 1위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복합기업으로서의 리스크가 그동안 대림산업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됐는데 기업분할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적분할된 DL케미칼의 상장 여부도 관심사다. DL케미칼은 지주회사 DL이 주식을 100% 소유한 완전 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DL E&C 관계자는 “상장 여부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과 석유화학이 코로나19 시대 각광받는 업종이 아니라는 점은 변수다. 석유화학의 경우 글로벌 경기변동에 따라 실적 변화가 크고 반도체·전기차 배터리·바이오 등에 비해선 수익성이 저조하다. 지난해 2분기 대림산업 석유화학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8% 급감해 190억원을 기록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DL E&C와 DL케미칼은 분할 이전 대림산업과 비교할 때 사업다각화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력사업인 건설부문은 분할 이후에도 이익창출 능력과 재무안정성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지분 등 보유 자산가치가 감소하는 단점이 있고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현금창출 기반인 건설이 분리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결정될 경우 자금 조달 방안과 재무안정성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DL케미칼은 기존 유화사업 이익과 자회사 배당금 및 자체 차입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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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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