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시공 업역 칸막이..韓건설 국제 위상도 휘청

하지나 2021. 1.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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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인 A사는 2년 전 유럽의 한 국가가 발주한 대형 건축공사에 도전했다가 비용만 낭비하고 돌아서야 하는 참담한 경험을 했다.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업역 칸막이가 건축법 제정 60년이 되도록 지속되면서 건설업계의 해외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시공과 설계를 겸업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우리나라만 수십년동안 막아놓고 있다"며 "건설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건축설계업의 진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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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건설회사인 A사는 2년 전 유럽의 한 국가가 발주한 대형 건축공사에 도전했다가 비용만 낭비하고 돌아서야 하는 참담한 경험을 했다. 입찰을 하려면 설계 밑그림을 가져오라고 발주사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A사는 직접 설계를 할 수 없어 뒤늦게 설계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억원을 들여 설계 초안을 만들었지만, 경험이 많은 해외 경쟁사에게 밀리고 말았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A사 임원은 “해외 선진국은 시공과 설계를 겸업하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우리는 겸업을 금지하고 있어 시공사의 설계 경험이나 역량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업역 칸막이가 건축법 제정 60년이 되도록 지속되면서 건설업계의 해외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선 건축법상 건축사가 아니면 건축설계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설계를 하려면 건축사 사무소를 개설해야 한다. 건축설계와 시공의 겸업이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해외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엔지니어링 전문지 ENR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5.2%로 전년도(6%)보다 감소했다. 세계 10위권 내 진입한 국내 건설사는 아예 없고 현대건설이 14위에 올랐다. 설계 분야의 세계 경쟁력은 더 심각하다. 한국 설계엔지니어링 해외 매출은 1% 내외에 불과하다.

설계와 시공을 함께 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건설사의 주요 경쟁시장이자 대규모 매출원인 PM(계획·설계·구매조달·시공 및 감리·운영관리)에 얼굴을 내밀 수가 없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특화한 시공 위주의 사업구조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시공과 설계를 겸업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우리나라만 수십년동안 막아놓고 있다”며 “건설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건축설계업의 진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나 (hjin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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