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궁금한 것을 쓴다

한겨레 2021. 1. 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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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칼 공모 연쇄기고] 칼럼이 칼럼에게][한칼 공모 연쇄기고] 칼럼이 칼럼에게 _1
* 편집자주: <한겨레> 칼럼니스트 공모 지원 기간(6주) 동안, ‘나는 왜,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를 주제로,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존 칼럼니스트들의 기고를 매주 초 게재합니다.

지금 ‘노유진’(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은 각자 다른 곳에 있다. 이들이 진행했던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가 100회를 맞았을 때다. 당시 그들은 “국민이 똑똑해지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세 사람 모두 정치를 사랑하고 공동선을 염원한 이들이었다. 한국이 부자 나라가 아니더라도, ‘정인’이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똑똑한 국민’이다. 정의 구현 이전에, 덜 끔찍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똑똑해야 한다.

20년 넘게 글쓰기가 생계의 일부가 되다 보니, “왜,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과거의 노유진’과 같다. 나는 나를 포함, 사람들이 똑똑해지기를 바란다. 여기서 똑똑함은 상식적인 정의감을 뜻하는데,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교육 제도는 이런 시민을 양성하지 못한다. 반북반공 이데올로기는 여전하고, 당대는 경쟁의 원칙조차 사라진 신자유주의 사회다. 진영 논리, 혐오와 조롱이 팩트 체크의 이름으로 클릭된다.

국가 권력, 행정부, ‘검찰’이 우리의 삶을 좌우하고 그들이 정치의 주인공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국가는 사회를 근간으로 한다. 사회 공동체, 지역 공동체가 튼튼하면 국가(정권)를 강제할 수 있다. 국가는 권력을 가진 실체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제도, 관계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결국 구성원들의 목소리, 생각이 좌우한다. 양화가 악화를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구분된다면, 희망이 있다.

글쓰기. 호기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블루도 양극화다. 업종별 차이는 그렇다 치자. 어떤 이들은 목숨을 잃었다. 어떤 이들은 생계가 무너졌다. 반면, 계절마다 해외여행을 다녔던 이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러한 사회에 대한 질문 때문이다. 나는 내가 궁금한 것을 쓴다. 왜 같은 계급끼리 진보와 보수로 구분해서 싸우는가? 그래서 진정한 투쟁 전선의 형성을 방해하는가. 왜 남성 문화는 알지도 못하고 책임도 못 지면서 저출산과 낙태에 그다지도 ‘관심이 많은가’. 왜 신문 필자들은 교수, 변호사가 많은가. 바다의 저 플라스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위 문제들은 모두 나의 개인적 이해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모든 글쓴이는 자기 이익을 위해 쓴다. 너의 대의와 나의 대의로 포장되지만, 보편적인 대의는 없다. 내 글이 호응을 얻고 내가 성장하려면, 훌륭한 동료와 독자가 절실하다. 글의 수준은 사회적 수용과 이해 정도에 달려 있다. 어떤 지면에는 쓰지 말아야 하고, 어떤 내용은 분심(憤心)을 자제해야 한다. 내 능력은 차치하고, 정말 필요한 글을 쓸 수 없을 때 나는 좌절한다.

“종합일간지”, 심지어 ‘민족정론지’를 표방하는 신문들 중 우리의 삶을 종합해서 드러내는 신문은 없다. 가시화된 뉴스는, 그보다 몇 배의 현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자들도 정치적 입장에 관련 없이 학력, 계층, 지역, 훈련 과정 등에서는 동질적 집단이다. 몇몇은 노력하지만, ‘탐사’(探査)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여러 차례 거절한 것이다. 쓰기 어려운 형식의 글이지만, 약간의 양심이 이런 민망한 글을 쓰게 했다. 나는 전자 메일로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편이다. 메일을 읽다 보면, 도대체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를 접한다. 다른 목소리는 ‘똑똑한 여론’을 만드는 전제다.

똑똑함은 기존의 통념에 대한 도전과 경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진보 신문’의 사명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투쟁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누군가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시민단체들의 타락을 보라). 신문의 일은 자기 목소리가 있는 사람, 할 말이 많은 사람, 여론의 오지를 조직화하는 것이다.

내 나름의 글쓰기 ‘요령’이 있다. 독자층이 넓은 신문 칼럼이 가장 쓰기 어려운 글이다. 그래서 통념과 달리, 칼럼 쓰기는 논문, 시나리오, 비평, 자서(自敍), 르포 등 다른 종류의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서구’의 유력 일간지 칼럼니스트들이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는 이유다. <한겨레>의 이번 기획에 많은 이들이 도전, 칼럼의 기존의 방식에 균열을 내기 바란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알림] 한겨레 칼럼니스트를 공모합니다

리영희, 정운영, 조영래, 박완서…. 더는 만날 수 없지만 영영 헤어질 수 없는 지성의 이름입니다. 시대의 죽비가 되고, 웃음이, 눈물이 되었던 <한겨레> 칼럼 필자들입니다. 오늘은 또 다른 필자들이 그 자리를 이고 집니다.

이제 <한겨레>는 언론 사상 처음으로 칼럼니스트를 공모합니다. 더 다양한 통찰과 감성을 발굴해 독자와 연결짓길 희망합니다. 희망이 절망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과거가 현재에게, 꿈이 꿈에게, 그래서 우리가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한칼’, 시작합니다. 함께해주세요.  

■ 누가 : 할 말이 있는 지구인 누구(개인, 글쓰기모임 등 단체)든■ 무엇을 1 : 전체 전문 주제(제한 없음)와 각 소재 등이 담긴 6~12회 기획안, 그중에 포함될 칼럼 2편(편당 2000자)과■ 무엇을 2 : 공통 질문에 대한 300자 이하의 답변을■ 언제 : 2월23일 22시까지 6주 동안 지원해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곳 : opinion@hani.co.kr (이메일 제목: <한칼 공모> 성함)

* 공통 질문(답변은 모두 300자 이하)은 4가지입니다.―지원한 이유를 말씀해주세요.―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선발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본인의 칼럼을 더 널리 다른 독자청중과 공유할 방안을 알려주세요.

* 단체가 선발될 경우, 한 코너를 소속 회원들이 나눠 연재하면 됩니다.* 선발된 분들께 칼럼니스트 자격과 칼럼당 책정된 원고료를 드립니다.* 성윤리, 표절 등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선발, 게재 등을 취소합니다. 지원서류는 돌려드리지 않습니다. 온라인 접수만 가능합니다.* 문의: (02)710-0631, opini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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