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중 위협' 뚫고..중국 경제 15년 만에 2배로 키울 수 있을까

정인환 2021. 1. 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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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공산당 100주년 14차 경제개발 시작

중국 경제사에서 2021년은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올해 중국은 1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4·5규획)의 서막을 올린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미-중 갈등 격화 속에 미국에선 새 정부가 출범한다. 중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온갖 전망이 무성한 이유다.

시진핑 “2035년까지 GDP 2배 달성”…2019년 미국의 67%에서 1.2배로

중국은 지난해 10월 말 열린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5중전회)에서 14·5 규획(2021~2025년)과 함께 2035년까지 이어질 장기 경제·사회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2035년까지 중국의 경제 규모를 2배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지금보다 2배로 커지는 건 무슨 의미일까?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된다는 뜻이다. 중국 궈진증권은 최근 펴낸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1.2배, 1인당 지디피(GDP)는 3만5천달러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약 67%에 해당한다. 15년 안에 가능한 일일까?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중국에선 낙관론이 압도적이다. 중국 경제가 2035년까지 2배로 몸집을 불리기 위해선 앞으로 15년 동안 연평균 4.7~4.8%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5년간 중국 경제는 6~7%대의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 범위 안에 있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바이충언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원장은 지난 2일 관영 <신화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특정 국가의 성장 잠재력은 선진개발국과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 있느냐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며 “특정 시점의 1인당 지디피를 비교해, 차이가 클수록 ‘학습공간’도 크다”고 짚었다. 선진개발국의 잘한 일을 배우고 못한 일은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공간’이 클수록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일본은 1951년 1인당 지디피가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 일본은 20년 동안 연평균 9.2%의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싱가포르는 1967년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도달한 뒤, 20년 동안 연평균 8.6%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1977년 같은 수준에 들어선 한국도 이후 20년 동안 연평균 7.6%의 고성장을 구가했다.

중국의 1인당 지디피가 미국의 5분의 1 수준을 기록한 것은 2008년의 일이다. 적어도 2028년까지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 교수는 향후 15년간 중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2021~25년 5.8% △2026~30년 5% △2031~35년 4% 등 3단계로 나눠 예측했다. 그는 이어 “2035년에 이르면 중국 경제 규모는 현재의 106%, 1인당 지디피는 10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진국 함정·인구감소·미국견제·부채·빈부격차가 발목 잡을수도

낙관론의 근거는 비관론의 논리와 겹쳐진다. 개혁개방 이후 40년 동안 중국 경제는 연평균 9.2%의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구가해왔다. 같은 기간 세계경제는 연평균 약 2.8%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국 경제는 급격한 변화기로 접어들었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 견주면 여전히 ‘눈부신 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급속히 탄력을 잃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4.2%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9년 6.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약 9.3%에서 약 6.3%까지 추락했다. 급속한 성장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저임금에 기대온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른바 ‘중진국 함정’의 그늘이다.

2010년대 들어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동 가능 인구도 줄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 등은 오는 2032년에 이르면 중국 인구의 역성장(순감소)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중국 수준의 경제력을 지닌 국가가 중진국 함정과 인구 감소에 동시에 직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갈수록 증폭되는 미-중 갈등까지 더하면, 노무라연구소가 2019년 9월 펴낸 보고서에서 지적한 ‘중국 경제가 직면한 3중 위협’이 완성된다.

2008년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중국 당국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 완화’를 선택했다. 국영은행을 통해 조달한 막대한 자금은 대형 인프라 건설에 투입돼 성장률을 떠받쳤지만, 결과는 막대한 채무로 이어졌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해 5월 펴낸 보고서에서 “2008년 지디피 대비 172%였던 중국의 부채비율은 2019년 300%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의욕적으로 제시한 내수 중심의 이른바 쌍순환(국내외 순환) 경제 전략의 복병은 극심한 빈부격차다. 스위스연방은행(UBS)이 지난해 10월 펴낸 <2020 세계 억만장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7월 말 현재 중국의 억만장자 415명의 보유 자산 총액은 1조6809억달러에 이른다. 러시아의 지디피와 맞먹는 규모다.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5월 “중국 인구 14억명 가운데 6억명가량의 한달 평균 수입이 1천위안 이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은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는 지니계수(인구 비율과 소득 점유율 사이의 상관관계,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한 것)가 0.465에 이른다. 선진개발국 가운데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미국(0.48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를 두고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최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중국 사회주의가 미국 자본주의 수준의 불평등을 용인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빚을 동원한 비생산적 투자에 기댄 성장은 한계가 명확하다. 소비 진작을 위한 급격한 소득재분배는 정치·사회적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어찌할 것인가? 세계은행이 2013년에 이어 2019년 9월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과 공동으로 펴낸 <2030년 중국 경제> 보고서에서 내놓은 “과도한 빚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충분한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203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7%에 그칠 것”이란 경고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코로나 먼저 겪고 회복…올해 7.7~9.0% 성장 전망 ‘아시아개발은행 7.7%, 세계은행 7.9%, 신용평가사 피치 8%, 닛케이 8.2%, 노무라증권 9%….’ 2021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밝아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가장 먼저 경험한 중국 경제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3.2%와 4.9%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가장 먼저 회복세로 돌아섰다. 2020년 한해 중국 경제는 대체로 2%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경제국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회복은 정부 역할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소비는 이에 훨씬 뒤처진 탓에 중국 경제의 불균형성만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계 수입이 줄면서 특히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된데다, 중산층도 경기 전망 불안 속에 소비는 줄이고 저축은 늘린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일 펴낸 <중국 경제 전망> 최신 보고서에서 올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7.9%로 예측했다. 기존의 8.2%보다 0.3%포인트 낮춘 것인데, △첨단기술 분야 미-중 탈동조화(디커플링) 가속화 △중국 내 금융위험 확대 △정치 불안 속 홍콩 통한 자금 조달 차질 우려 등을 이유로 꼽았다. 국제통화기금이 예상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2021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1%와 5.2%다. 중국 쪽 기대치는 이보다 높다. 중국과학원은 월간 <중국과학원 회보(원간)> 신년호에서 올 경제성장률을 8.5%로 전망했다. 1분기엔 16.3%의 ‘초고도 성장률’을 예측했는데, 지난해 1분기에 6.8% 역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2분기엔 7.2%,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6.3%와 5.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란 뜻이다. 국제통화기금도 내년부터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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