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한국 좌파정권과 미국 우파정권의 同居는 끝났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입력 2021. 1. 12. 03:20 수정 2021. 1. 1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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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난동 부추긴 트럼프.. 국민 분열 정권 동력으로 삼는 문 정권과 左右 달라도 同類
일부 反文의 트럼프 지지는 우파적 성향과 맞지 않는 일.. 이제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벌어진 트럼프 지지 세력의 난입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의회민주주의의 보루라는 미국에서 저런 3류 국가적 난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면서도 한편으로 ‘미국도 저런 판국이니…’ 하는 안도(?)의 느낌이 들었다면 너무 냉소적 표현일까? 권력이란 어디서도 저렇게 무서운 괴물인가 하는 자괴감이 느껴졌다. 난동에 가담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백인이었고 흑인 노예가 성했던 남부 미국의 깃발이 여기저기 나부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한 세대 전(前) KKK단의 재현을 보는 것 같았다.

2020년 1월 6일(현지 시각) 미 의회 의사당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AP 연합뉴스

그러면서 근자에 한국 국회에서 벌어진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거가 오버랩 됐다. 야당의 진입을 막고, 또는 야당의 퇴장을 유도한 채 의사봉을 마구 두드리며 온갖 ‘금지법’과 ‘권력유지법’들을 무더기로 통과시킨 입법 난동이 떠올랐다. 미국 의회 난동은 트럼프 극렬 지지인 민간 극우 세력 대(對) 의회라는 구도인 데 반해 우리는 여야 정치 세력 간 대립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르다면 달랐다.

난동 사건을 보면서 트럼프 노선과 문재인 노선이 묘하게 교차하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을 분열시켜 극단적 대립 구도로 이끌어 그 갈등 구조에서 맹목적인 지지 세력을 구축한다는 점이 공통적이었다. 정치라는 것이 국민 간에 찬반을 유도하고 여론에 편승하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문 정권과 트럼프 정권의 국민 편 가르기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국민들을 감정적으로 충돌하게 만들고 그 격함의 정도를 극대화해 정권 유지의 동력으로 삼는다. 의회 난입 사건 이후 한국 소셜미디어에는 대깨문의 ‘문’ 대신 트럼프의 ‘트’를 집어넣은 대깨트가 등장했다. 골수 지지라는 동류(同類) 의식이랄까?

트럼프는 편 가르기에서 성공하는 듯했다. 미국 백인 중산층(고졸 학력 노동자)에 잠재해 있던 백인우월주의와 상대적 박탈감,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감, 민주당의 진보적 리버럴리즘에 대한 반감을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 또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포장했다. 그것으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민주당과 대결해 7000만표 이상을 얻었다. 역대 가장 많이 득표하고도 진 선거였다.

반대가 극렬하면 찬성도 공고하다는 것이 편 가르기의 기본 인식이다. 반대가 분산되거나 지리멸렬한 상태에서는 35%만 똘똘 뭉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 문 정권 식(式) 계산이다. 여기에 미국의 흑백 대립에 해당하는 지역감정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도 가세한다. 트럼프가 이른바 딥스테이트라는 역대 공화당 우세 지역에 매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정권과 트럼프는 각각 좌우를, 그것도 극단적인 위치의 좌우를 대표한다. 그러면서 닮은 듯 서로를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영웅주의, 기회주의, 미국우선주의,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장사꾼’ 트럼프를 이용해 좌파 정권의 궁극적 목표인 남북 통합에 접근하려 했다. 트럼프를 잘 구슬리고 그를 추켜세워줌으로써 북한에의 통로를 열어보려는 속셈이었다. 트럼프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는 역으로 문 대통령을 이용해 자신이 ‘북한 제압’의 선봉자가 될 것을 노렸다. 그 미·북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6·13 선거 전날에 정해진 것은 미·남·북 합작품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는 또 주한 미군 철수, 합동 훈련 축소 등을 미끼로 삼아 문 정부의 친북 좌파들을 자신의 대북 오프닝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극우적 보수 성향인 반문(反文)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미국 선거를 ‘부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들이 문 정부의 대북 접근 정책에 장단을 맞춰준 트럼프를 맹렬히 지지하는 것은 우파적 성향과 맞지 않는다. 혹자는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 정책에 동조해서라고 설명하지만 그것은 우리 국익과도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대선의 선거 부정을 4·15 총선과 연결하는 동병상련의 측면이 있는 모양인데 전통적으로 한국 선거의 부정이 집권 세력의 몫이었던 데 반해 이번 미국 대선의 ‘부정’은 집권당이 당한 꼴인 셈이다. 또 재미(在美) 한국인들이 흑인들의 횡포니 폭력적 행동에 지친 나머지,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에 의존하는 것은 이해는 하지만 한국인도 미국 백인들 눈에는 유색인종의 하나일 뿐이다.

트럼프의 ‘우산’은 접혔다. 문제는 바이든 체제하에서 한국 좌파 정권의 행로다. 문 정권의 친북·친중국, 반일 정책은 전통적인 ‘협의 외교’로 회귀할 바이든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선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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