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이스라엘 백신 접종 작전

김민철 논설위원 2021. 1. 1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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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리 벤자민 네타냐후(R)와 보건부 장관 율리 에델슈타인이 10일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화이자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언론은 지난해 10월 정보기관 모사드가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이스라엘에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자국 백신이 효과가 좋다고 장담하자 모사드가 연구용으로 이 백신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정보기관이 백신 같은 의약품 문제까지 개입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다. 뉴욕타임스는 “모사드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이례적인 전쟁에서 나라를 구하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모사드가 중국 백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이스라엘이 최종 선택한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였다.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10일 60세 이상 인구의 72.0%, 전 국민의 20.9%가 1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밝혔다. UAE(11.0%), 바레인(5.3%), 미국(2.0%), 영국(1.9%) 등에 비해 압도적인 비율이다. 이날부터 이스라엘은 2차 접종에도 돌입했다. 이스라엘은 오는 3월 말까지 모든 성인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 전까지 방역 실패국 중 하나였다. 국경 봉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통제 기회를 잃었다. 인구 925만명인 나라에서 지금까지 확진자 49만여명, 사망자는 3600여명 발생했다. 최근에도 새로운 확진자가 매일 5000~6000명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전 국민 2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면서 야당이 정부를 칭찬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높은 접종률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좁은 면적 등 지리적 이점과 함께 첨단 의료 관리를 꼽았다. 이스라엘은 현재 의사 한 명이 7분에 한 명씩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면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한 미국,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인구의 2% 정도밖에 접종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준비 부족,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접종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1월 화이자, 12월 모더나와 각각 계약할 때 “웃돈을 주고서라도, 두 배를 내고서라도 백신을 사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사드는 방대한 해외 정보망을 활용해 백신 계약 성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에서도 과다 지불 논란이 일었지만 보건부 장관은 “1주일 일찍 경제를 재개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든다”고 일축했다. 우리는 서너 달 백신 구매를 저울질만 하다 조기 확보 시기를 놓쳤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처한 환경은 비슷한데 대처하는 방법과 사고방식은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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