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갈등 거론할 때 아냐.. 코로나19 의료인력 부족상황 공중보건한의사 활용해야"

최지은 메디컬 리포트 기자 입력 2021. 1. 12. 03:06 수정 2021. 1. 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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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할 인력은 부족한데 "한의사 범위 밖"이라며 투입 반대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는 가운데 한의사의 방역 현장 투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 공중보건한의사들은 정부에 현장 참여 의사를 두 차례 전달했다.

(왼쪽)편수헌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회장, (오른쪽)홍주의 서울특별시한의사회 회장 /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그러나 정부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며 결정을 미뤘다. 이를 두고 결국 의사와 한의사의 ‘직능(職能) 갈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들은 “검체 채취 같은 업무는 한의사의 진료 범위를 벗어난다”며 투입을 반대한다. 한의사들은 “우리도 엄연한 의료인으로서 기본적 업무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맞섰다. 서울특별시한의사회는 지난 5일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이 시점에서 공중보건한의사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게 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홍주의 서울특별시한의사회 회장, 편수헌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1. 한의사는 코로나 대응 프로그램에 참여가 제한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홍: 현재 코로나 사태는 국가적 재난에 가깝다. 이에 한의사들은 적극 봉사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경로가 사실상 막혀 있고 정책적 판단 또한 일관적이지 않다. 자치단체장이나 기관별 책임자의 판단에 따라 어느 곳에서는 허용하고, 어디서는 안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혼재한다. 한의사는 의료법상 분명한 의료인이다. 특히 공중보건한의사(한의사 공보의)는 공중보건의료와 예방 의학을 집중적으로 교육받았다. 지금과 같은 위급 상황에 대응하는 일이 국가로부터 명받은 직분인 것이다. 이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하겠다는데 거부당하고 있다. 의료 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편: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확산 초기,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의사 공보의도 검체 채취와 역학조사에 동원됐다. 그런데 몇몇 지역에서 지역 의사회 항의가 들어와 공무원들이 난처해졌다고 들었다. 결국 검체 채취 대신 역학조사 업무를 맡게 됐고, 나중엔 역학조사에서도 배제됐다. 역할이 계속 축소되다가 결국 없어진 것이다.

홍주의 서울특별시한의사회 회장(왼쪽) 편수헌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회장

2. 정부도 한의사들의 희생·봉사 의지(意志)를 잘 알고 있을 텐데 한의사들이 현장에 투입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뭔가.

편: 우리도 궁금하다. 사실 지난 3월 4일 대구 지역에 공보의를 파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보낸 공문에 한의사 공보의가 빠져 있었다. 내부에서 자원 의지를 중수본에 직접 전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우선 자원자를 모집했다. 당시 코로나 유행이 너무 심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73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산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수본은 서로 책임을 회피했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3차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도 우리는 수도권 파견을 준비했다. 경기도와 공보의들이 소속된 지자체 간 합의까지 도출해냈다. 하지만 투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중수본은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반복한다. 결국 타 지역 파견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3. 한의사들이 현장에서 하려는 ‘의료행위’는 구체적으로 뭔가.

홍: 우리가 중증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게 아니다. 검체 채취나 역학조사는 기본적인 의료행위다. 검체 채취는 비강 내에 면봉을 넣어 점액질을 채취하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한 모 지역에서는 일반인까지 교육해 이 일에 투입하는 실정이다. 역학조사는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추적 조사하는 업무다. 현재 의료인이 아닌 지방공무원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 두 업무에 황당하게도 의료인인 한의사를, 공무원 신분인 한의사 공보의를 배제한다. 대한민국 의료법에는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조산사를 의료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료인은 의료 행위와 관련된 국가의 부름에 응할 의무가 있는 직군이다. 우리가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한의사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데 왜 제한을 받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특히, 경증환자가 있는 생활치료센터의 치료나 후유증 관리 등은 한의사가 강점인 부분이다.

4. 경기도와 세종시 등 일부 지역에 투입된 한의사 공보의는 현재 어떤 일을 하나.

편: 경기도에는 한의사 공보의 91명이 역학 조사관으로 활동 중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도 7명이 같은 업무를 무난히 수행하고 있다. 나 또한 지난 2월 경남 하동군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검체 채취를 했다. 이처럼 의료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의사 공보의에게 일반 사무를 맡기는 곳이 대부분이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방문자가 줄어 잠시 문을 닫은 보건소도 있다. 환자가 없으니 손이 빈 한의사가 적지 않다. 그런데 행정직 공무원이 해야 할 전산 작업을 하고 있다. 공중보건 한의사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조치다.

서울특별시한의사회에서는 다양한 공중보건사업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진행된 어르신 치매 예방 교육
초*중학교 주치의(교의) 사업 발대식 / 서울특별시한의사회 제공
난임 설명회 현장 / 서울특별시한의사회 제공

5. 현 상황을 의사 대(對) 한의사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편: 보통 의과 공보의, 한의과 공보의가 한 보건소에 같이 근무하게 되면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같은 의사로서 서로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방역 현장에 투입된 의과 공보의들의 헌신과 노력을 한의과 공보의들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그 수고와 고통을 같이 나누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힘든데 왜 굳이 하려고 하느냐”고 말하는 의과 공보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가족과 지역 주민이 걱정돼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은 게 진심이다. 그런데 자꾸 거절을 당하니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홍: 한의사의 직역을 넓히자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의료인으로서 소명을 가지고 내 이웃을 위해 희생할 기회를 달라고 외치는 것이다. 지금은 국난 극복이 최우선이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직역 갈등, 양·한방 갈등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모든 의료인이 힘을 합쳐 코로나 방역과 치료, 후유증 관리에 봉사해야 한다. 나의 바람은 하루빨리 대한민국이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뿐이다.

6. 코로나 상황과 별개로 국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오래전부터 해온 걸로 안다.

홍: 현재 전국 16개 시도 한의사회에서는 다양한 공중보건사업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초등학교·중학교에서 주치의 사업을 하고, 학생들 보건 예방 교육도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난임 치료, 치매 예방 사업 등을 진행한다. 이때 지자체 예산을 받기도 하지만 한의사회가 재정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의사들이 무상으로 봉사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의사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한의사들은 이미 공중보건의료와 국민 건강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민 만족도가 높아 해마다 예산도 증액되는 추세다. 한의학에 대한 고정관념이 줄고, 건강 증진과 치료의 효과를 지역 주민이 몸소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제까지 우리가 한의사라는 이유로, 준 전시상황에서 손발에 족쇄를 차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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