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37] 주식이 너무 팔고 싶을 때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1.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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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식투자 관련 방송에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조언을 부탁받아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한 시청자가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지 못하고 주식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해 매도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어떻게 하면 이런 행동을 막을 수 있을지 물었다.

지나친 불안감은 합리적 결정을 방해하고 손해 보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으니, 불안 시그널을 크게 증폭할 정도의 무리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그런데 이어서 답변한 주식 전문가의 조언이 흥미로웠다, 자신은 너무 주식을 팔고 싶을 때 해당 기업의 주식을 한 주만 파는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는 것이다. 주식을 한 주 파는 것으로 매도 욕구가 채워질까 싶지만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충족될 수 있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연인이나 가족이 짧은 통화로 그리운 마음을 조금은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새해 계획에 빠지지 않는 아이템 중의 하나가 ‘운동’이다. 운동이 대부분의 신체 질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보약인 것은 모두가 안다. 특히 뇌에 기능적⋅구조적 변화를 주어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 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실천 못 하는 분이 많다. 새해를 맞아 굳게 결심했던 운동 계획도 작심삼일로 끝났다며 또 다음 해를 기약하는 분도 적지 않다.

‘오늘부터 매일 운동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는 분들께 “일단 시작은 작게, 이 정도는 너무 쉬워 무조건 할 수 있는 정도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20분 정도로요”라고 이야기한다. 나를 못 믿느냐는 표정을 짓는 경우도 많은데, 의지는 믿지만 마음은 믿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숙제처럼 지시하면 우리 마음은 청개구리처럼 저항하는 경우가 흔하다. 마음이 흥미를 잃고 재미라는 보상을 못 느끼면 건강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

건강 행동 변화에는 작더라도 ‘첫 성공 경험’이 중요하다. ‘매일 운동’이라는 큰 계획을 성공시키면 더 뿌듯하겠지만 큰 계획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실패는 좌절로 이어져 운동할 동기를 잃을 수 있다. 주식을 너무 사거나 팔고 싶을 때 일단 한 주를 팔거나 사서 마음을 달래고, 냉정을 잃지 말고 더 지켜보고 결정하라는 주식 고수의 조언을 기억하자. 새해 운동 계획도 일단 작은 성공 경험으로 성취감을 고양, 점차 운동량을 늘려가는 요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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