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에 취하기보다 리스크 내다볼 때[동아 시론/김영익]
'버핏지수' 코스피 고평가 가리켜
실물과 괴리 외부충격에 급락 불가피
주가 붕괴 리스크에도 대응해야
주가 상승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경기 회복 기대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초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도 주가 상승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했다. 단기 부동자금이 지난해 10월 1318조 원으로 1년 전보다 29%나 급증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단기부동자금이 1% 증가하면 코스피는 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개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을 49조 원 순매수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주 발표된 한국은행의 자금순환에 따르면 2020년 9월 현재 개인의 금융자산(4325조 원) 가운데 주식이 853조 원으로 2019년 말보다 131조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식 비중도 18.1%에서 19.7%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물과 주가의 괴리가 지나치게 확대되었다. 우선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인 이른바 ‘버핏지수’로 판단할 때 주가가 과대평가됐다. 지난해 말 코스피 시가총액이 1981조 원으로 GDP(1913조 원 추정)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버핏지수가 100%를 넘어서면 주가가 과대평가되었다고 하는데, 지난해 103%였다. 2000∼2019년 평균인 66%를 크게 벗어났다. 또한 장기적으로 코스피는 명목 GDP만큼 상승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코스피는 2,873으로 명목 GDP로 추정한 적정 수준(2,632)보다 9% 정도 높았다. 올해 명목 GDP가 4% 성장한다면 적정 코스피는 2,800 정도이다.
월별 통계로 보면 주가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변수는 일평균 수출금액이다. 지난해 12월에 일평균 수출이 21억42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7.7% 늘었다. 그러나 12월 기준으로 보면 주가가 수출에 비해 30% 이상 앞서갔다. 2007년에 30%를 넘어선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은행들이 수익원 다변화를 목적으로 주식형 펀드 캠페인을 했다. 2007년 1월에 50조 원이었던 주식형펀드가 2008년 8월에는 144조 원까지 증가하면서, 그 사이 코스피가 2,000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8월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까지 확산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와 실물의 괴리가 크게 벌어진 만큼 주가를 상승시켰던 요인이 변하거나 외생적 충격이 온다면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중 하나가 시장금리 상승이다. 특히 미국에서 금리가 상승하고 그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확산될 수 있다.
우리가 시장에서 관찰하는 금리는 명목금리이다. 명목금리는 장기적으로 명목 GDP 성장률과 거의 같다. 1970∼2020년 미국의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과 명목 GDP 성장률이 연평균 6.2%로 동일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국채수익률이 연평균 2.5%로 경제성장률(3.0%)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통화 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2008∼2020년 국채수익률이 연평균 2.7%로 명목 성장률(4.5%)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미국의 시장금리가 점차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지난해 ―4% 정도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3%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가 금리를 결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인 물가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중국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더 이상 미국에 상품을 과거처럼 싸게 공급할 수 없다. 지난해 주요 선진국 통화에 비해 달러 가치가 7% 떨어졌는데, 달러 가치 하락은 시차를 두고 유가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같이 오르고 주가는 하락한다. 미국 주식시장도 우리와 같이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크게 확대된 상태이다. 금리 상승이 그 괴리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금리와 주가도 미국과 방향은 같다. 코스피 3,000에 취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도 하면서 주식시장에 대응할 시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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