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청년,'엄숙' 벗고 '실용' 입다

이기문 기자 입력 2021. 1. 12. 03:02 수정 2021. 1. 14. 14: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순문학보다 웹소설.. 문창과의 변신

광주대 문예창작과는 올해부터 교과 과정에 장르 문학 수업을 확대했다. 지난 2017년 국내 처음으로 판타지·무협·로맨스 등 웹소설 창작 수업을 정규 과정에 도입한 광주대 문창과는 그동안 한 해에 2과목을 배정했지만, 올해 4과목으로 비중을 늘렸다. 문창과 학생들은 수업에서 웹소설을 읽고 비평하거나, 직접 써보는 훈련을 한다. 한 해 입학 정원이 30명인데 수업당 30명 넘는 학생이 수강할 만큼 인기다. 광주대는 지난해 대학 최초로 전국 고교생 웹소설 공모전을 열었고, 웹소설 서비스 업체 문피아와 업무 협약(MOU)을 맺어 학생들의 웹소설 데뷔를 돕는다. 대학 교단에서 장르 문학 실험을 이끌고 있는 건 학과장 이기호(49) 소설가다. 이씨는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등을 받은 중견 소설가.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현장에서 부딪혀보니 문창과 입학생 30여 명 가운데 웹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학생이 10명을 넘는다”며 “순수 문학을 고집하기보다 학생들의 요구에 맞추는 게 교육자로서 할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성화된 책으로 소설 읽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들은 문학을 접하는 방식이 우리와 달라요.” 이 학과장은 “요즘 문창과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이야기와 처음 마주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간편 결제가 대중화하고 카카오페이지·문피아 등 콘텐츠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웹소설 시장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웹소설 시장은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100억원을 처음 돌파했던 2013년보다 7년 만에 60배 성장한 것이다. 권당 평균 1만3000원인 종이책 소설로 환산하면 종이책 소설 시장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그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웹소설 분야”라며 “이런 시대에 대학에서 순문학만을 강요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웹소설이 순문학보다 하위 장르라는 인식을 깨고 웹소설 작가나 기획자(PD)가 되는 졸업생들이 해마다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한다.

웹소설 작가가 되는 공식은 순문학과 완전히 다르다. 기존 순문학이 신문사와 문예지가 주관하는 신춘문예나 신인상을 받는 방식으로 등단하는 것에 비해, 웹소설 작가가 되려면 누구라도 플랫폼에 작품을 올리면 된다. 이 학과장은 “웹소설은 권위 있는 소수의 심사위원 취향이 개입된 선택을 받는 게 아니라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며 “트렌드를 재빠르게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작품에 반영하지 않으면 작가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달 평균 1만여 개의 웹소설이 쏟아지지만 독자의 선택을 받는 작품은 극소수다. 그는 “가독성과 대중성을 높이려면 당연하게도 문장 기본기와 플롯 구성이 탄탄해야 한다”며 “수준 높은 웹소설 창작을 위해 이런 교육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32개 대학이 문예창작과를 운영하고 있다. 장르 문학을 향한 변화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는 지난 2019년부터 웹소설창작 전공을 만들어 별도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대를 비롯해 동국대, 단국대 등 7개 대학은 지난해부터 문피아와 함께 웹소설 창작 강좌를 시작했다. 이 대학 문창과·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보통 3개월 동안 유명 웹소설 작가에게 이론을 배우고 집필 훈련을 한다. 문피아 관계자는 “웹소설 창작 수업을 열면 보통 10대1 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작가 지망생들의 관심이 높다”며 “한 해 5억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인기 작가는 3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광주대 문예창작과 학과장 소설가 이기호

Copyright©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