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아이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 임신·출산·육아 아우를 법안 만들어야죠"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국회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걱정이 태산이에요.”
올해 31세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최근 국회에서 만났다. 헐렁한 베이지색 니트 원피스에 편안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임신 20주 차. 아직 임신부 티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옷 위에 손을 대자 불러오는 배가 살짝 드러났다. “국회 일이 아기한테는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요. 하도 여야가 싸우니까요.” ‘험한 일’을 하는 예비 엄마의 걱정이 묻어났다.
용 의원은 21대 국회에 3명뿐인 1990년대생 국회의원이자 유일한 ‘임신부’ 의원이다. 평범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던 그는 2010년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를 계기로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노동당 대표를 지냈고, 기본소득당을 직접 창당했다. 기본소득당은 ‘전 국민 기본소득 60만원 지급’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용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여권의 비례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해 다시 기본소득당으로 돌아왔다. 국회의 대표적 ‘청년 좌파’이자 ‘소수파’다.
임신 사실은 지난해 10월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의 ‘깜짝 발표’로 알려졌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동료 의원이 박수를 치며 축하를 건넸다. “속기록에 ‘용혜인 임신 축하’가 남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 걱정했는데, 윤 위원장께서 ‘아직 회의 시작 전’이라며 정리해줘서 감사했어요.”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얼굴이 붉어진다고 했다.
“입덧 때문에 뭘 먹지도 못하고, 하루 10시간씩 앉아 있는 것도 고역이었죠. 응급실에도 몇 번 실려갔죠.” 용 의원은 지난 정기국회를 ‘최악의 상황’으로 꼽았다. 임신 초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마라톤 회의’를 하자니 몸이 버텨 내질 못했다. “다행히 선배 의원님들이 많이 배려해주셔서 버틸 수 있었어요. 임신부라서 나름대로 ‘치트키(게임을 이기기 위한 만능 속임수)’를 쓴 게 아닐까 싶어요.” 임신 안정기가 된 지금은 모든 게 감사하기만 하다고 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출산 후 닥칠 ‘육아 문제’다. 그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국민 세비를 낭비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예비 ‘워킹맘’으로서 현실적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했다. 국회 어린이집은 ‘저소득층’ 혹은 ‘국회 직원’의 자녀에게 우선권이 있다. ‘의원님’인 그에겐 먼 얘기다. 의정 활동을 멈추고 아이를 돌볼 만한 처지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했다. ‘입법’이다. 용 의원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수퍼맘’이 될 것을 요구하는 그런 롤모델이 되고 싶진 않다”며 “우리 사회가 다같이 임신과 육아 부담을 분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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