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08] 수축 국가 대한민국

최재천 교수 2021. 1.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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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홍성국 의원은 ‘수축 사회’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금융 전문인이다. 이 책에서 그는 수축 사회의 기초 동력을 얘기하며 불쑥 “조만간 페스트와 같은 인구 감소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런데 책의 출간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 발발 1년 전인 2018년 12월에 나온 책이다.

그는 수축 사회 진입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구 변화를 지목했다. 인구가 줄면 수요가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며 그동안 팽창 사회를 지탱해주던 기초 골격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20세기까지의 사회 변천은 구조적 변화에 그쳤으나 21세기로 접어들며 사회가 전방위로 수축하고 있다. 복지 제도, 연금, 보험 등 사회 안전망과 교육 체계가 붕괴하고 미래가 불투명해지면 이기주의와 양극화가 극으로 치닫는다.

나는 일찍이 2005년 3월에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라는 책을 내며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해 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하고 공교롭게도 이듬해 초 2005년 출산율이 당시로서는 역대 최저인 1.08을 기록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이 책에서 나는 비록 출산율은 감소하더라도 당분간은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 어서 대책을 마련해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당분간은 결국 15년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 드디어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2020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2019년보다 2만838명이 줄어 5182만9023명이 되었다. 출산율은 2018년 0.98과 2019년 0.92보다 더 떨어져 0.8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은 이제 신화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미래를 기획하며 신화에서 영감을 얻을 수는 있어도 신화로 회귀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수축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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