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긴 토트넘도, 맞은 8부팀도 모두 행복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축구가 왜 위대한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11일 영국 머지사이드주 크로즈비의 로셋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토트넘과 머린FC의 경기가 끝난 뒤에 나온 반응이다.
머린 팬들은 토트넘과의 대진이 발표된 이후부터 TV에서나 보던 톱스타들과 동네에서 보던 연고지 선수들의 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토트넘은 경기 뒤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선수들이 유니폼을 교환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 선수들의 새 유니폼을 머린 측에 전달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린 연고 마을, 스타들맞이 들썩.. 0-5 패했지만 "존중해줘서 감사"
가상티켓 팔아 4억원 넘는 수입도.. 손흥민은 출전 않고 벤치서 응원
토트넘, 유니폼 세탁해 전달 예정
11일 영국 머지사이드주 크로즈비의 로셋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토트넘과 머린FC의 경기가 끝난 뒤에 나온 반응이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위를 달리고 있는 강호이지만 머린은 8부 리그 소속팀이다. 잉글랜드 축구 1∼4부는 프로, 5∼6부는 세미프로, 7부 이하는 아마추어다. 토트넘은 이날 5-0으로 이겼다.
토트넘에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반면 머린은 교사, 간호사, 환경미화원 등으로 다른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머린 선수들이 받는 최고 주급은 300파운드(약 44만 원)로 이날 교체 선수로 출전한 토트넘의 개러스 베일의 주급 60만 파운드(약 8억8900만 원)와 무려 2000배 차이가 난다. 또 이적료가 ‘0원’인 머린 선수들에 비해 손흥민 한 명의 예상 이적료만 9000만 유로(약 1202억 원)로 두 구단의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150년 잉글랜드 FA컵 사상 가장 격차가 벌어지는 대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같은 격차 때문에 승패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머린 팬들은 토트넘과의 대진이 발표된 이후부터 TV에서나 보던 톱스타들과 동네에서 보던 연고지 선수들의 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관중이 경기장 주변에 모여들어 경찰이 울타리를 쳐야 했다. 경기장 인근 집들에서 창문 너머로 경기를 보는 관중의 모습이 TV 중계에 잡히기도 했다. 축제를 맞은 듯한 머린 팬들의 분위기를 전하는 토트넘 커뮤니티 블로그에는 “거인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모두가 행복했다”는 표현도 있었다.
이날 토트넘은 손흥민을 벤치에 앉혔고, 케인은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베일, 무사 시소코, 루카스 모라, 벤 데이비스 등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토트넘은 카를루스 비니시우스가 전반 23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 이어 모라와 앨피 디바인이 골을 넣으며 완승했다. 이날 디바인은 16세 163일로 구단 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다.
토트넘은 경기 뒤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선수들이 유니폼을 교환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 선수들의 새 유니폼을 머린 측에 전달했다. 이날 입었던 유니폼은 모두 세탁해 전해 주기로 했다.
닐 영 머린 감독은 “조제 모리뉴 감독은 우리의 성취를 존중했다. 토트넘이 보여준 모습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모리뉴 감독도 “그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안다. 결과가 아니라 이 경기의 의미를 위해서 훌륭한 선수들을 출전시켰다”고 화답했다.
무관중 경기로 관중 수입을 기대할 수 없었던 머린 측은 가상 입장권을 판매했다. 팬들은 이 가상 입장권을 구매해 머린이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10파운드(약 1만4800원)짜리 가상 입장권 3만 장이 팔렸다. 이 경기장의 수용 인원은 3185명이고 이전까지 관중 최고기록은 6000명이었다. 머린은 무관중 경기 비용으로 약 1억4800만 원의 손실을 우려했으나 티켓 판매 수입이 약 4억4400만 원에 달했다.
한편 4부 리그 팀인 크롤리타운은 프리미어리그 12위를 기록 중인 리즈 유나이티드를 3-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FA컵에서 1부 구단이 4부 구단에 3골 이상 격차로 진 것은 1987년 옥스퍼드 유나이티드가 올더숏에 0-3으로 패한 뒤 34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국민에 무료 백신… 주거문제 송구”
- 文 “주택 공급 확대에 역점”… 與는 “양도세 인하는 곤란”
- 핵잠수함 만든다는 김정은 비판 없이… 文 “대전환 마지막 노력”
- 文 “1인당 소득, G7 넘어설것… 터널 끝 보여”
- [사설]정책전환 의지와 통합비전 안 보인 집권 5년차 文 신년사
- 이낙연이 던진 ‘코로나 이익공유제’… 野 “反시장적 발상”
- 경제난속 김정은, 아버지 반열 ‘총비서’ 올라 권위 세우기
- “北, 한반도 전체 지배 욕망 못버려… 핵 포기 준비도 안돼”
- 사면초가와 사라진 ‘통합’[청와대 풍향계/황형준]
- ‘김정은 연내 답방’ 연일 불지피는 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