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만에 연봉 도장 꾹.. 올해도 '소'형준의 해로"

강홍구 기자 2021. 1. 12. 0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년차 징크스 없다" 듬직한 20세
지난해 신인왕 KT 소형준이 수원 KT위즈파크 내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KT 제공
2020시즌 KBO리그는 ‘소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대급 신인 투수 KT 소형준(20)의 등장에 한국 야구계 전체가 들썩였다. 2006년 한화 류현진(현 토론토) 이후 14년 만에 고졸 신인 두 자릿수 승리(13승)를 따내는 등 눈부신 피칭을 선보이며 압도적인 표차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소띠 해’인 신축년에도 2001년생 뱀띠 소형준의 KBO리그 정복은 순풍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화로 만난 소형준은 “지난해보다 더 잘 준비하고 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연봉 협상? 5분 만에 끝났다

프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형준은 시즌 뒤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각종 시상식, 언론 인터뷰에 불려 다니면서도 개인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구단과 처음으로 연봉 협상을 했다. 홀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소형준은 “지난해 성적이 좋았던 만큼 큰 부담 없이 들어갔다. 구단에서 워낙 잘 챙겨주셔서 5분 만에 나왔다. 결과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2년 선배인 강백호(당시 1억2000만 원)를 넘어 KT 2년 차 최고 연봉이 유력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수원 KT위즈파크 인근 선수단 숙소에서 생활 중인 소형준은 야구장을 오가며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주 4회 훈련에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는 단백질 중심 식단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소형준은 “체중을 늘리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힘을 붙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소형준은 커터(컷패스트볼), 커브 등 변화구를 좀 더 예리하게 다듬을 계획이다. 그가 더욱 신경 쓰는 기록은 이닝과 평균자책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다.

○ 소형준이 꼽은 잊지 못할 순간

KT 소형준이 사인과 함께 보내온 새해 인사.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에 신인상 수상까지 더할 나위 없었던 2020시즌 중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소형준은 의외로 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10월 30일 한화전)를 꼽았다. 최종일까지 숨 막히는 순위 싸움을 했던 KT는 이날 3-4로 졌지만 경쟁 팀들 또한 패하면서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전날 선발 등판(6이닝 1실점 승리)하면서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소형준은 “벤치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를 봤다. 팀이 2위라는 순위로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게 기뻤다”고 말했다.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는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포수 장성우(31)를 꼽았다. 소형준은 “원정을 가면 밥도 많이 사주시고 평소에도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마운드에서 잘 던질 수 있었던 건 성우 선배 덕”이라고 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서운해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시상식에서 감독님 이야기를 많이 해서 이해해주실 것 같다”며 재치 넘치게 답했다.

○ 또 다른 인생경기를 꿈꾸며

새해에도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그중 하나는 도쿄 올림픽 출전이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때 열렸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소형준의 기억에도 생생하다. 유신고 시절 청소년 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소형준은 “국가대표가 되는 건 모든 선수의 꿈이다. 일단 실력을 올리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국제무대의 중요한 길목에서 늘 만나게 되는 일본과도 좋은 기억이 있다. 소형준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부산에서 열린) 2019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일본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2실점 했다.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5-4 역전 승리를 거뒀다. 내 인생 경기”라고 말했다. 소형준은 도쿄에서 또 다른 인생 경기를 꿈꾼다.

2021시즌 목표는 만원 관중 앞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이란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건 퇴근길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 소형준은 “고3 때 사인을 만들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팬들을 잘 못 만났다. 새해 퇴근길에는 마음껏 사인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집에 안 가도 괜찮다”며 웃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