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통치說 김여정, 오빠 권력집중 위해 뒤로 빠진듯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33)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것은 정부는 물론 학계에서도 이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가정보원은 김여정에 대해 ‘2인자’ ‘위임 통치’라는 표현을 쓰며 “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국정 전반에 관여하는 위상에 걸맞게 조정될 것”이란 취지로 국회에 수차례 보고했고, 대다수 전문가도 이런 전망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김여정의 좌천으로 받아들이기는 섣부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는 “수령의 피붙이인 김여정에겐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김여정이 맡았던 대남·대미 사업이 휴지기라는 판단 아래 당분간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일 뿐, 언제든 요직에 발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이 11일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면, 김여정은 예상과 달리 당 중앙위 부장 또는 비서에 오르지 못했다. 제1부부장 직 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물러나는 등 노동당 내 지위도 내려갔다. 정치국 후보위원 탈락은 김정은 시대의 주요 의사 결정 기구로 자리 잡은 정치국 회의 참석 자격을 잃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른바 ‘백두 혈통'인 김여정의 실질적 정치 위상이 약해지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 유일 영도 체제인 북한에서 수령의 혈통은 그 어떤 조건·직위보다 탄탄한 토대”라고 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측 대표단장을 맡은 김영남(93)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명목상 북한 국가 수반이었다. 그런데도 방남 때 손녀뻘인 김여정에게 상석(上席)을 권하는 등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방북한 여권 고위 인사는 “북측과 협의할 게 있어 대남 총책인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얘기했더니 ‘내가 하면 시간이 걸리니 김여정 동지에게 직접 얘기해 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김여정은 여전히 북한 권부에서 중책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김여정이 이번에 은퇴한 것으로 보이는 김창선 노동당 서기실장의 역할을 이어받아 김정은을 막후에서 보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2인자’ ‘위임 통치’ 등 외부 평가에 부담을 느낀 김여정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숨 고르기’를 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국제사회에서 김여정이 ‘북한 2인자’로 급부상한 여론 상황을 의식해 2선으로 후퇴시킨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가시화하기 전까지 대남·대미 총괄 역인 김여정의 역할이 마땅치 않은 현실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대안과진단' 원장은 “현재 미·북 경색 국면에서 김여정이 공식 지위를 맡는다면 업적을 쌓기보다 책임질 일만 생길 것”이라며 “협상 국면에 진입하면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원장은 “이번에 공석으로 남겨둔 대남 비서를 김여정이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여정이 모종의 실책을 저질러 문책성 인사가 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여정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 라인과 함께 문책당해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다가 그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복귀한 적이 있다.
북한은 이번 노동당 지도부 선거에서 정치국 인원의 절반을 교체했다. 30명 가운데 15명이 물갈이됐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후보위원에서 위원을 건너뛰고 상무위원으로 직행했다. 오일정 군정지도부장,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 김정관 국방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리영길 사회안전상 등 군부 출신 5명이 대거 정치국 위원에 오른 것도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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