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서 뛰쳐나온 듯한 크리처들.. 그뒤엔 안무가와 VFX

김재희 기자 2021. 1.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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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크기의 '근육괴물',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연근괴물'은 놀라움 그 자체다."

국내외 넷플릭스 '톱10'을 휩쓴 스위트홈의 인기 요인은 웹툰에서 걸어 나온 듯한 괴물 크리처에 있다.

이응복 PD는 김 안무가가 크리처 디자인을 위해 레퍼런스로 제시한 '반덴브란데 32번지' 무대 영상에서 그가 뭉크의 '절규'를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연근괴물 역할도 함께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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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돌풍 '스위트홈' 주역 3인
영화 ‘스위트홈’의 시각특수효과를 담당한 이병주 웨스트월드 슈퍼바이저와 정고은 이사, 크리처들의 움직임을 설계한 김설진 안무가(위 왼쪽 사진부터). 이 영화에는 촬영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컴퓨터그래픽(CG)이 적용된 화면을 볼 수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이 국내에서 처음 도입됐다. 스태프가 보는 카메라 화면에 ‘근육괴물’ CG가 덧입혀져 돌진하는 소방차와 맞서는 장면이 뜬다(아래 왼쪽 사진). 연근괴물로 특수 분장한 김 안무가 옆에서 이응복 PD가 움직임을 지도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헐크 크기의 ‘근육괴물’,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연근괴물’은 놀라움 그 자체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대해 미국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 한 평론가가 남긴 리뷰다. 국내외 넷플릭스 ‘톱10’을 휩쓴 스위트홈의 인기 요인은 웹툰에서 걸어 나온 듯한 괴물 크리처에 있다. 운동 중독으로 “프로틴”을 중얼거리는 근육괴물, 머리가 잘려나간 단면이 연근을 닮아 ‘연근이’라는 별명이 붙은 연근괴물 등 크리처들에 숨을 불어넣은 김설진 안무가(40)와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웨스트월드’의 이병주 슈퍼바이저(39), 정고은 이사(42)를 만났다.

○ ‘연근이의 실체’, 김설진 안무가

‘스위트홈’의 ‘눈알 괴물’(위 사진). 길게 뻗은 목에 거대한 눈알이 달린 괴물로, 한라봉의 두껍고 주름진 질감이 모티브가 됐다. ‘연근괴물’은 괴물화 직전 머리 윗부분이 잘려 시각을 잃은 대신 청각이 발달해 큰 귀를 갖게 됐다. 넷플릭스 제공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톰’ 단원이자 엠넷 ‘댄싱9’ 우승자로도 잘 알려진 김 안무가는 스위트홈에서 크리처들의 움직임을 설계했다. 이응복 PD는 김 안무가가 크리처 디자인을 위해 레퍼런스로 제시한 ‘반덴브란데 32번지’ 무대 영상에서 그가 뭉크의 ‘절규’를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연근괴물 역할도 함께 맡겼다.

8일 서울 강동구 연습실에서 만난 김 안무가는 크리처 구축 과정을 ‘전사(前史)를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크리처의 행동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고,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유 없는 움직임이 나오게 된 전사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연근괴물도 철저한 전사의 구축을 통해 태어났다. 연근괴물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심한 인물로, 괴물화 직후 머리가 베여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김 안무가는 “직장 상사로부터 모멸감을 느낀 인물인 만큼 ‘누가 내 얘기를 하면 어떡하지?’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것 같았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크리처로 설정했다”며 “시력을 갑자기 상실했기에 발바닥의 감각에 의존해 발을 질질 끌고, 손톱으로 벽을 더듬거리며 걷는 모습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연근이의 마른 몸을 표현하기 위해 11kg을 감량했다.

연근괴물의 목소리도 김 안무가가 직접 냈다. 그는 “코의 윗부분이 잘렸으니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겠다고 생각해 파이프오르간 뚜껑이 열린 듯한 쇳소리를 냈다”고 했다.

○ ‘버추얼 프로덕션’ 도입한 웨스트월드

웨스트월드는 스위트홈에 참여한 유일한 VFX 업체로 크리처들의 CG를 총괄했다. 6일 경기 고양시 웨스트월드 본사에서 만난 정 이사와 스위트홈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 슈퍼바이저는 가장 주목할 점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을 꼽았다. 이는 촬영 현장에서 CG가 입혀진 화면을 실시간으로 카메라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근육괴물은 키가 430cm에 달해 현장 구현이 불가능한데,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활용하면 근육괴물 역할을 하는 배우의 움직임에 CG가 입혀져 카메라에 나타난다.

이를 위해 카메라 안에서 가상공간의 3차원 좌표를 만들고, 좌표 내에서 크리처의 움직임을 파악해주는 ‘N캠’을 도입했다. 정 이사는 “N캠은 장비들이 많고 설치도 복잡해 스튜디오 촬영에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야외 촬영에 N캠을 활용한 버추얼 프로덕션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다”고 했다.

버추얼 프로덕션으로 정교한 연출이 가능했다. 이 슈퍼바이저는 “크리처의 크기가 촬영 감독의 상상보다 크거나 작을 수 있는데 CG로 완성된 크리처가 카메라에 나타나 촬영감독이 정확하게 앵글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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