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겨울 찬바람에 악~

이병문 2021. 1. 1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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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가장 낮은 관절, 추위에 노출땐 통증 더 악화
체내 요산, 소변으로 배출안돼 통풍관절염 진행
통풍 5년간 49% 증가..여름에 이어 겨울도 환자↑
퓨린 많이 함유된 음식 피하고 유산소 운동 도움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통풍(痛風). 몸 안에 요산이 과다하게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인 통풍은 겨울철 추위로 증상이 더욱 심해져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응급실을 찾아 응급처치를 받는 환자가 급증한다. 이런 증상은 추위가 가시지 않는 이른 봄까지 지속된다.

과다한 요산은 결정 상태로 몸속을 떠돌다가 관절이나 인대에 들어가게 되는데 우리의 인체는 이것을 해로운 물질로 인식하고 면역기관에서 요산 결정을 공격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절이 붓고 통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통증 정도를 0~10범위에서 평가하는 시각통증척도는 출산을 '8', 통풍을 '9'로 규정하고 있다.

관절은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가 잦고 보온에 취약해 우리 인체에서 체온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이다. 따라서 겨울철 관절부위로 스며드는 찬바람으로 인해 통증이 심해진다. 또한 관절 통증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그 증상이 약해지거나 심해지는데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나 외부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환자 건강의 균형 상태가 무너지면서 통풍의 증상 역시 심해지기 쉽다. 통풍은 물론 여름철에도 증상이 악화된다. 홍연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7~8월에는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탈수로 혈중 요산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이 상태에서 퓨린이 많은 맥주와 고기를 다량 섭취하면 통풍 발작이 생기기 쉽다"고 경고했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26만 5065명에서 2017년 39만5154명으로 5년간 49% 증가했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은 음식물 중 단백질에 포함된 퓨린이 분해되는 과정과 우리 몸에서 세포의 사멸과정에서 생성된다. 체내 요산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며 일정한 혈중농도를 이루는 것이 정상이지만 생성과 배출의 균형이 깨지면 고요산혈증이 발생하고 오랜 시간 방치하게 되면 통풍관절염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비롯해 지나친 음주,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통풍이 발생하기 쉽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데, 맥주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술은 요산을 증가시킨다. 즉, 술의 종류보다는 음주량이 통풍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얘기다. 폐경, 고열, 관절 외상, 신장병과 더불어 유전적인 요인도 통풍의 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별다른 질병이 없는 여성은 폐경 전에는 통풍이 진단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폐경 이전까지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돼 통풍이 거의 없지만 폐경이 되고 10~20년이 지나면 통풍이 생길 수 있다.

홍연식 교수는 "통풍은 비만이면서 술을 많이 마시는 중년 남성에게서 많이 생기는데, 이는 비만 자체가 체내 요산생성을 증가시키고 신장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떨어져 요산 배설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스트레스와 잦은 회식으로 과식을 하고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적은 젊은 남성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풍의 대표적인 증상은 급성 통풍발작이다. 주로 엄지발가락이나 발등, 발목, 무릎 등에 갑작스러운 염증이 발생해 심하게 붓고 빨갛게 변하며 열감이 있고 손도 못 댈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보통 10일 정도 지속되다가 점차 호전되지만 통증이나 증상이 없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안된다. 첫 증상 후 통증이 있을 때만 치료하고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통풍 결절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무증상이라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몸 곳곳에 요산덩어리들의 결절이 나타나 여러 관절에서 다발적인 관절염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통풍은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및 동맥경화증, 당뇨, 뇌졸중, 신장질환, 심장질환 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재발 및 악화와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통풍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교정이다. 통풍을 예방하려면 과음이나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음식은 요산의 원료가 되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내장(염통, 간, 콩팥 등), 과당이 많은 콘 시럽(corn syrup)이 함유된 음료수나 음식, 술이다. 육류, 해산물(등푸른 생선, 조개), 천연과일주스, 설탕, 단 음료와 디저트, 소금 등도 주의한다. 반면 저지방이나 무지방 유제품과 채소, 적당한 운동은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땀을 적당히 흘릴 수 있는 유산소운동으로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가벼운 등산, 수영 등이 통풍 예방에 좋다. 너무 과격한 운동은 요산 생산을 증가시키고 몸속에 젖산이 축적돼 요산 배설이 감소하면서 통풍 발작이 생길 수도 있다.

약물치료는 갑자기 관절이 아프고 부어오르는 급성기 때 보통 소염진통제로 알려져 있는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제와 부신피질 호르몬제등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통풍에 의한 관절염이 자주 생기지 않거나 혈중 요산이 아주 높지 않은 사람들에서는 되도록 약을 쓰지 않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영호 교수는 "요산 결정체는 증상이 나타난 관절에만 침착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증상의 재발을 막고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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