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같은 듯 다른 文대통령 '2020·2021 신년사' 비교해보니
'포용·혁신·공정' 강조 기조 유지…'남북관계·부동산' 미묘한 변화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2021년 신년사의 핵심 키워드는 '회복', '포용', '도약'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키고 포용적으로 회복해 도약하는 한 해가 되겠다는 뜻이다. 이중 '포용과 도약'은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던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강조한 단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가 갑작스레 찾아왔지만, 대체적인 국정운영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지난해도 올해도 '표용·혁신·공정' 강조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7일 신년사에서 "2020년은 나와 이웃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힘차게 뛰며,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들께서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성과를 강조하면서 "저소득 취약계층 및 어려움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고, 혁신을 더 강화해 우리 경제를 더 힘차게 뛰게 하겠다"며 "공정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둘러싼 공기와도 같다. 공정이 바탕에 있어야 혁신·포용이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포용·혁신·공정은 주요 키워드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올해 우리는 온전히 (코로나에서)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코로나로 더 깊어진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인 회복을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경제의 혁신 속도는 상생의 힘을 통해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대한민국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역경제 혁신을 위한 노력도 더 강화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공정에 대한 요구에도 끊임없이 귀 기울이고 대책을 보완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혁신성장'과 관련해서도 숫자만 조금 달라졌을 뿐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가 4조 원을 돌파했고, 5개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탄생했다. 혁신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올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제2의 벤처 붐이 더욱 확대돼 벤처펀드 결성액이 역대 최대인 5조 원에 달했고, 벤처기업 증가, 고용 증가, 수출 규모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혁신 속도는 상생의 힘을 통해 더욱 빨라질 것이다"로 바뀌었다.
◆지지부진한 '남북관계'…기조만 유지
지지부진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언급은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라며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년간 남북 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2020년 '제1회 동아시아 역도 선수권대회'와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북한의 실력 있는 선수들 참가 기대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과 단일팀을 위한 협의 지속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 실현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 답방 등 구체적 방안도 다수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이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며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 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며 "가축 전염병, 신종 감염병, 자연재해를 겪으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문제에서 한배를 타고 있다. 남북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협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며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을 비롯한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코로나 협력은 가축 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는 지난해보다 다소 약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 마무리 발언에서 "혁신과 포용, 공정과 평화를 바탕으로 '함께 잘사는 나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겠다"며 한반도 평화를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선 "2021년은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하며, 격차를 줄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가 끝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가는 선도국가 도약의 길을 향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 결국 고개 숙인 대통령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과 관련해선 '부동산'이라는 단어를 꺼내지도 않았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 공급의 확대도 차질 없이 병행해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선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권 대권 잠룡들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온갖 미사여구로 장식된 긴 신년사에 부동산 문제 관련은 딱 세 문장이었다. '송구한 마음'이란 말과 함께 '주거 안정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 이게 전부였다"며 "집값과 전월세가 '미친 듯이' 올라 중산층 서민 대다수가 이 정부를 원망하는 가장 큰 이슈가 바로 주택 문제인데, 대통령의 저 세 마디에 주택 문제가 과연 해결될 거라는 희망을 가질까"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부동산이란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대신 주거 문제에 대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재작년 말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고, 작년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라며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신념을 고집해 국민들을 힘들게 하지 말고, 처절한 반성과 원점 재검토를 통해 전세난민이 된 국민을 구제할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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