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획사가 뭐길래..갈라진 동방신기의 '방송 양극화' [오래 전 '이날']
[경향신문]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1년 1월12일 갈라진 동방신기 ‘방송활동’ 차별
한때 가요계를 점령했던 5인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아시아의 별’이라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누렸지만 2010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일부 멤버들의 분쟁으로 둘로 갈라졌죠.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동방신기에 남았고, 영웅재중·믹키유천·시아준수 세 멤버는 소속사를 나와 JYJ라는 새 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각자의 길을 걷게 된 두 그룹. 두 쪽 모두 히트를 쳤으면 좋았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두 그룹에 대한 방송가의 대우는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1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갈라진 동방신기 방송활동 차별’ 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일단 두 그룹 모두 음악 관련 활동은 잘한 것 같습니다. 당시 동방신기의 새 음반 <왜>는 음반 판매량 집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네요. JYJ도 음반 <더 비기닝>이 해외에서 50만장의 선주문을 기록하고,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OST 또한 크게 히트를 쳤죠.
문제는 방송출연이었습니다. 방송 3사의 주요 음악프로그램과 각종 예능을 누비는 동방신기와 달리, JYJ는 (기사의 표현대로라면) ‘얼굴 없는 가수’가 됐습니다. <성균관 스캔들>에 연기자로 출연한 믹키유천을 제외하면 다른 멤버들은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미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기사가 인용한 방송종사자들과 관계자들은 “거대 기획사와 방송사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른 눈치보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형 기획사가 직접 나서서 압박을 하지는 않지만, 방송 제작진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형 기획사들이 소속된 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가 JYJ의 활동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각 방송사와 음반사 등에 보내기도 했다니, 은연 중의 압박은 엄청났던 것 같습니다.
기사에 나온 한 PD는 “현장에서 일하는 PD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SM이나 JYP, YG와 같은 대형 기획사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신경을 쓴다”며 “막말로 JYJ 한 번 출연시켰다가 소녀시대, 샤이니, f(X)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기획사의 입김이 덜한 드라마국·교양국 등과 예능국 사이의 ‘국 간 갈등’도 있었다고 합니다. SBS에서는 JYJ가 녹화한 프로그램 <좋은 아침>이 예능국의 반발로 방송이 보류됐다네요. KBS에서도 JYJ의 연기대상 출연을 놓고 드라마국과 예능국의 설전이 오갔습니다.
거대 기획사의 막강한 영향력은 10년이 지난 요즘도 종종 입길에 오릅니다. 거대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마약 등 범죄에 연루될 때마다, 기획사가 물밑에서 사건을 무마시킨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됩니다(JYJ의 믹키유천은 마약 사건에 연루돼 2019년 그룹에서 탈퇴했습니다). ‘갑질’ 논란도 종종 터집니다. 중소 기획사나 인디·프리랜서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표절하거나, 소속 가수들을 불공정하게 착취한다는 문제가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죠. 거대 기획사라면 ‘무마’나 ‘갑질’보다는,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감과 대범함을 보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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