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살인죄 적용' 고심 깊은 檢

유지혜 2021. 1. 11. 2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양부모의 학대를 받다가 생후 16개월에 숨진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검찰은 혐의 변경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은 사건의 잔혹성을 고려해 주 학대자인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인이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검찰에 항의하는 뜻으로 협회가 설치한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첫 공판 주목
부검의 재감정 의견서 받아 검토
의사회서는 '살인죄 적용' 의견서
檢 "공판서 공소유지 만전" 밝혀
첫 재판서 '공소장 변경' 가능성
남부지검 앞 '엄벌촉구' 근조화환
경찰선 아동학대전담팀 설치키로
11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를 받다가 생후 16개월에 숨진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검찰은 혐의 변경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서울남부지검은 정인이 사망과 관련해 부검의 등에게 의뢰한 의견서를 받아 감정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 사망 관련 재감정 의견서를 요청했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로부터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현재 정인이의 양모는 아동학대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양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은 사건의 잔혹성을 고려해 주 학대자인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3일 공판에서 (의사회 등의 의견서) 검토 결과를 반영해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첫 재판에서 공소장이 변경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 죄명에 살인죄를 추가해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날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서울남부지법 청사 정문 양옆 200m 남짓한 거리에는 70여개의 근조화환이 빼곡히 들어섰다. 정인이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검찰에 항의하는 뜻으로 협회가 설치한 것이다. 서울과 대전, 부산, 미국 LA, 독일 등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보낸 후원금으로 설치한 화환에는 ‘우리 불쌍한 아기,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귀하디귀한 정인아 다음에 아빠 엄마 딸로 와줘’ 등 세상을 떠난 정인이에게 보내는 말들이 적혀 있었다. ‘어떻게 죽여야 살인입니까’, ‘살인자들은 살인죄로 처벌해 주세요’ 등 엄벌을 촉구하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화환 사이에서는 아동학대 방지를 상징하는 하늘색 바람개비 50개가 끊임없이 돌아갔다.

협회는 재판 날까지 1인 릴레이 피켓시위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회사에 휴가를 내고 시위에 참가했다는 김태은(38·여)씨는 “8년 전 ‘울산 계모 사건’ 때 처음으로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살인죄가 인정됐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면서도 “이번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주목하는 만큼 꼭 살인죄로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딸 셋의 아빠라는 박재형(42)씨도 “뭐라도 하고 싶어 릴레이 시위에 나오게 됐다”면서 “막내가 2살인데, 정인이가 남의 아이 같지 않다. 한참 사랑받아야 할 나이에 그렇게 고통받다 간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1인 시위 한 시민이 11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남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한편 경찰은 시·도경찰청 여성대상특별수사대에 아동학대전담팀을 설치하기로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여성청소년 분야 업무 역량이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본청에 학대예방계를 설치하고, 시·도경찰청 소속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 기능을 확대해 13세 미만 아동학대 범죄를 담당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아동학대 등을 담당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에 대한 인센티브 등 제도 내실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많은 업무량, 민형사 소송 가능성 등으로 APO가 기피 보직인 탓에 아동학대 대응 전문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김 청장은 “다시는 그런 일(정인이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사과문 등을 통해 약속드렸듯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지혜·김승환 기자 kee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