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권태

남상훈 입력 2021. 1. 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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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한 번쯤 권태가 찾아옵니다.

권태가 한 번만 찾아오면 그런대로 괜찮은 인생입니다.

때론 곰삭을 대로 삭은 뒤늦은 인생임에도 권태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큰 입만 한 번 벌렸다 닫는 그놈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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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호
곰삭다, 라는 말에 들어앉아 있는
저 곰 한 마리를 쫓아낼 순 없나
일어서지도 걷지도 않고 웅크린 채
기어가는 건지 걸어가는 건지
알 수 없는 이 족속의 행동에 총구를 겨눈다
총을 모르는 이놈은
한 손으로 슬쩍 밀어낼 뿐 도대체 긴장하지 않는다
발 앞에 떨어진 불발탄을 내려다보며
울지도 놀라지도 않는다
속이 다 삭아서 뼈도 없는,
큰 입만 한 번 벌렸다 닫는 저 곰
누구에게나 한 번쯤 권태가 찾아옵니다.

권태가 한 번만 찾아오면 그런대로 괜찮은 인생입니다.

때론 곰삭을 대로 삭은 뒤늦은 인생임에도 권태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작년 2월부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바깥 활동이 위축되어

집 안에서만 머물렀기에 권태가 더 커졌습니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에서 권태보다 더 큰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놈이 왔을 때 우리는 발 앞에 떨어진 불발탄을 내려다보며

울지도 놀라지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속이 다 삭아서 뼈도 없는,

큰 입만 한 번 벌렸다 닫는 그놈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새해가 되었으니 알 수 없는 이 족속들의 행동에 총구를 겨누어야겠습니다.

일어서지도 걷지도 않고 웅크린 채

내 몸속에 곰처럼 앉아있는 바이러스와 권태를 향하여,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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