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신속한 주택공급" 與 "양도세 완화 불가".. 시장만 헷갈린다

진중언 기자 2021. 1. 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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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공급 늘릴 카드는 양도세 완화인데.. 당청은 엇박자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부동산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2017년 5월 취임 이후 줄기차게 강조했던 투기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24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전셋값이 폭등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찍자 결국 공급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단기 공급 효과’를 강조하면서 정부가 설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한 부동산 공급 대책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유예 등의 내용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여당은 양도세 완화론에 대해 “검토할 생각이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단기 공급 효과를 내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로 기존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끌어들이는 게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라며 “양도세 완화 등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결단이 없다면 빈 임대주택·호텔방 등을 공급 카드로 꺼낸 작년 11월 전세 대책처럼 ‘맹탕’ 정책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양도세 완화, 여권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문 대통령이 올 들어서 두 차례나 ‘주택 공급’을 언급하면서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획기적인 공급 대책을 공개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변창흠 장관이 언급한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을 고밀(高密) 개발하고, 도심에 충분한 양의 분양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궁리 중이다. 도시재생 사업에 주택 공급 기능을 보강하고,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인센티브를 더욱 확충하는 것도 대책에 포함될 전망이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관리 방식을 개선해 민간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택 공급 대책이 전셋집 부족, 젊은 층의 ‘패닉 바잉’ 현상 등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변 장관이 언급한 도심 공급 방안은 아무리 빨라야 4~5년이 걸린다”며 “이미 알려진 수준으로는 시장 안정에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여권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매물을 끌어내기 위한 일시적 양도세 중과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1일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에서)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정책이 이제 효과를 내려는 시점에 이런 (양도세 완화) 말들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자칫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文대통령, 靑본관서 신년사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폭등과 관련해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뉴시스

다만 4월 보궐선거를 전후해 양도세 완화가 다시 거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는 6월 1일 이전에 재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기존 주택 매물로 나오는 ‘당근’ 필요”

서울 등 도심에 쏠리는 주택 수요를 진정시키려면, 시장에 유통 가능한 주택 물량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임대차법 개정 직후인 작년 8월 첫 주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3.76% 오르는 사이 전셋값은 4.97% 상승했다. 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불거진 전셋집 품귀 현상이 결과적으로 집값 불안을 더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에 공급 효과를 보려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집주인 실거주 요건 완화 등으로 기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하는 ‘당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10일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계신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민간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것보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는 게 도심에 공급되는 주택 물량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전세시장 안정이 급한데, 집주인에 대한 세제 지원으로 기존 월셋집을 전세로 돌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담은 임대차법 개정을 철회한다면 전셋값에 이어 집값까지 안정시키는 효과가 날 수 있지만, 현 정부에선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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