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가도 '쏙쏙'..약점 메우니 '쑥쑥'
[경향신문]
시즌 초 부상자 많아 고전했지만
남은 선수들 잘 버티며 반등 시작
라건아·데이비스 역할 배분 ‘술술’
전창진 감독 “이정현 정신적 지주”
지금으로선 이견 없는 ‘1강’이다. 전주 KCC의 상승세가 최근 프로농구를 강타하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경기력에 의문부호가 많았던 팀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KCC는 지난 10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0.6초를 남기고 터진 타일러 데이비스의 결승 득점으로 84-83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10연승을 내달렸다. 10연승은 전창진 KCC 감독의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21승8패가 된 KCC는 2위 고양 오리온을 4경기 차로 밀어내고 단독 선두를 굳건히 했다.
시즌 초만 해도 상상이 어려웠던 상황이다. 에이스 이정현은 비시즌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초반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외국인 선수 데이비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준비를 원활히 하지 못하면서 초반 페이스가 들쭉날쭉했다. 비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두 가드 김지완과 유병훈 역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라건아도 개막 3경기 만에 발목 부상으로 흔들렸다. 베스트 멤버를 가동할 날은 멀게만 보였다.
온갖 악재 속에 KCC는 참고 기다린 끝에 빛을 보고 있다. 전창진 감독은 1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사실 초반에 부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남은 선수들이 잘 메워주면서 버틸 수 있었다”며 “부상자가 돌아오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전력을 조금씩 갖추게 됐고, 힘들었던 경기들을 이겨내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모두 올라오고 부상자들도 돌아오면서 KCC는 이제 무풍가도에 올라선 분위기다. 지난해 12월15일 서울 삼성전 승리를 시작으로 패배를 모르는 팀이 됐다. 이 기간 KCC는 모두가 주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코트를 밟는 선수마다 제 몫을 했다.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출전시간 배분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10일 전자랜드전에서 9초를 남기고 작전타임을 부른 전 감독이 잘하던 라건아를 빼고 데이비스를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한 것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 장면이었다. 잘하고 있던 자신을 뺐음에도 라건아는 경기 후 결승 득점을 올린 데이비스에게 달려가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전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데이비스를 1·3쿼터에 쓰고 라건아에게 2·4쿼터를 맡긴다. 노련한 라건아가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같은 경우는 데이비스의 리바운드 능력이 워낙 뛰어나 맡겨보기로 했다”면서 “뭐라 말하기 힘들 만큼 성실한 선수들이다. 든든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 감독이 KCC의 상승세를 복기하며 빼놓지 않는 선수는 바로 이정현이다. 이정현이 중심을 잡아주기에 KCC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 감독은 “칭찬을 안 할 수 없는 선수다. 우리의 정신적 지주”라며 “개인적으로는 좀 더 공격에 욕심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만큼 다른 선수들을 살려주려 희생하는 것이니 기특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지금의 상승세를 타고 연승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전 감독은 “요즘 우리 벤치를 보면 팀이 잘되는 이유가 보인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이 내지르는 응원을 보면 마음가짐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 수 있다”며 “우리가 치고 나가는 상황인 만큼 계속 이기고 싶다. 올해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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