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공·체육교사·청소부..8부리그 마린 '졌지만 행복했다'
가상 티켓 3만여장 팔리며 '대박'
새 운동장·유스팀에 투자 계획
코로나로 유니폼 못 바꿔 아쉬움
[경향신문]
두말할 것 없이 참패였다. 그런데 그라운드를 누비던 패자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흘렀다.
잉글랜드 논리그 디비전1(8부)의 마린FC는 11일 영국 크로스비 마린트레블 아레나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64강전에서 1부리그 강호인 토트넘에 0-5로 졌다.
마린의 패배는 당연한 결과다. 1894년 창단한 마린은 배관공과 물리치료사, 체육교사, 청소부가 본업인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축구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선수의 수입이 1주일에 40만원 정도다. 반면 토트넘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처럼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톱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한 1부리그 강팀이다.
마린이 비니시우스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전반에만 4골, 후반 15분에는 2004년생 알피 디바인의 최연소 데뷔골을 내주고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다. 닐 영 마린 감독은 “조제 모리뉴 감독과 토트넘이 우리를 상대로 최선을 다해준 모습에 고맙고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마린은 절묘한 마케팅으로 대박에 가까운 수익도 챙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입장 수익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상 티켓을 무려 3만697장이나 팔아치웠다. 티켓 가격(10파운드·약 1만5000원)을 감안하면 입장권 수입만 4억60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TV 중계권료와 기념품 판매까지 감안하면 총수입은 6억원을 달할 것으로 보인다.
폴 레어리 마린 회장은 “우리는 이 돈으로 운동장 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2군 선수들을 위한 새 운동장과 유스팀, 여성팀에도 돈을 쓸 수 있다. 너무나 멋진 일”이라고 반겼다.
마린 선수들이 아쉬워했던 것은, 별렀던 유니폼 교환에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마린 주장 나이얼 커밍스는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 교환을 위해 케인에게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수칙으로 실착 유니폼 교환이 금지돼 토트넘이 준비한 새 유니폼을 받아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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