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줄며 고령층 불편..외국처럼 '공동점포' 나오나
[경향신문]

핀테크 기업과 경쟁 사활 걸어
고비용 영업점 유지 이유 줄어
4대 은행, 내달까지 26곳 축소
금융 소외 계층 접근성 더 악화
개별 은행 아닌 공동대응 필요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비대면 영업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고령층과 농어촌의 금융 소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은행 차원이 아닌 은행권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영업점 26곳을 축소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3월에 점포 수 관련 계획을 수립한다. 5대 시중은행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이 대세가 된 지난해 점포 수를 크게 축소했다. 5대 은행 총 점포 수는 2019년 말 4660개에서 지난해 말 4423개로 1년 사이 237개가 줄었다.
은행의 점포망 축소는 저성장·저금리 현상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고 핀테크 기업과의 디지털 혁신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은행들의 생존전략이다. 비대면 업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비용이 드는 점포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지는 추세다. 은행들은 희망퇴직, 원격 업무 처리가 가능한 미래형 혁신 점포, 증권 업무를 같이 처리하는 복합점포, 거점 점포 아래 여러 영업점을 묶는 방안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문제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과 농어촌 등 취약지역 고객의 접근성이다. 은행권의 개별적 대응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은행권 협의를 통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공동점포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바클레이스, 로이드 등 대형 은행 3사는 2019년 3월 합의를 체결하고 6개 지역에서 ‘비즈니스 뱅킹 허브’라는 이름의 공동점포 운영을 시작했다. 영국 금융당국은 2007년 1만1365개이던 은행 점포 수가 2017년 7207개로 10년 새 37%나 없어져 중소기업과 인터넷 뱅킹 취약층이 피해를 본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이들 은행에 협업을 촉구했다.
독일에서는 2019년 9월 프랑크푸르트 폴크스방크와 타우누스 슈파르카세가 공동점포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두 은행 직원이 일주일에 이틀씩 번갈아 근무하는 형태다. 일본에서는 지방은행인 지바은행, 무사시노은행, 다이시은행 등이 영업점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오프라인 점포는 디지털 금융이 제공할 수 없는 감성적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은행권 협의를 통한 공동점포 운영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동점포를 대안 중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디지털 취약계층 밀집지역과 금융서비스 과소 제공 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할 경우 프로스포츠 팀에서 각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할 지역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복수의 은행들이 점포를 철수하려 할 때 순번을 정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이 밖에 지역 우체국 등이 은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은행연합회는 2019년 6월 은행권 자율규제안인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점포 폐쇄 전 사전 영향평가, 대체 수단 운영, 1개월 전 사전 통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강제 사항은 아니다. 은행연합회는 폐쇄 전 통지를 현행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는 등 고객 보호 절차를 강화하는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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