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이후 어떻게 살아갈까..불평등·기후위기·페미니즘을 고민하다

배문규 기자 2021. 1. 1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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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꽂이를 채울 올해의 책 - 비문학

[경향신문]

“당신이 읽는 책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재난이 여전히 우리 일상을 잠식하고 있지만,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 불평등·자본주의·기후위기·페미니즘 등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읽는 열쇳말이 책 속에 들어 있다. 2021년 주요 출간 예정 도서를 출판사 36곳에서 모아봤다.

■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성찰

재난으로 사회 곳곳의 불평등과 차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사회학자 이철승의 <불평등의 기원-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는 ‘쌀, 재난,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본다. 여전히 우리 삶을 규정하는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구조개혁 플랜을 제시한다. 문화인류학자 김현경의 <학교와 계급재생산>(이음)은 진보교육의 방관 속에 심화한 교육 불평등을 살핀다. 치아에 새겨진 불평등의 흔적을 찾아가는 <아 해보세요>(후마니타스), 건강권의 법적 인정을 다룬 <불운이 부정의가 될 때>(동아시아)는 삶 속의 불평등을 파고든다.

불평등을 심화하는 자본주의는 이대로 지속할 수 있을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열린책들)는 자유시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레베카 헨더슨의 <리이미징 캐피털리즘>(어크로스)은 경제 지도자와 기업들이 사회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버블, 부의 대전환>(다산북스)은 인류 최초의 버블부터 현재까지 300년 역사를 뒤흔든 버블과 경제를 살펴본다. 파리드 자카리아의 <10Lessons>(민음사)는 팬데믹이 바꿔놓을 세계에서 알아야 할 10가지를 정리했다. 나다브 이얄의 <리볼트>(까치)는 세계화가 낳은 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 기후위기 해법을 찾다

코로나19는 직면한 기후위기를 환기했다. 빌 게이츠의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은 빌&멀린다 재단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후 재앙을 피할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다. 나오미 클라인의 <미래가 불타고 있다>(열린책들)는 기후위기가 미래의 위협에서 임박한 비상사태로 변해온 10년을 기록했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착륙하라>(이음)는 환경 위기 등 지구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한다. <녹아내리는 북극>(동아시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북극 탐사 ‘모자익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변화의 현실을 전한다.

유명 과학 저자의 책들도 잇따라 나온다. 스티븐 핑커의 <지금 다시 계몽>(사이언스북스)은 진보를 증명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해석하며, 지식이 인간 번영을 증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애덤 쿠차르스키의 <수학자가 찾아낸 전염의 원리>(세종)는 바이러스, 투자 버블, 가짜뉴스가 퍼져나가는 원리를 밝힌다.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의 <블루프린트>(부키)는 유전자가 신체뿐 아니라 복지사회를 만드는 방식에 영향을 끼쳤다고 전한다.

■ 확장하는 페미니즘

한국 사회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페미니즘 도서도 다양하다. 리베카 솔닛은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조각들>(창비)과 새로 쓴 신데렐라 이야기 <다시 쓰는 신데렐라>(반비)를 선보인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전기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교양인)과 여성 서사를 기록해 온 장영은의 <이태영 변호사 평전>(마음산책)도 출간된다. 2세대 페미니스트 필리스 체슬러가 치열한 투쟁을 회고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바다출판사)와 흑인 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을 말하는 미키 켄들의 <뒷골목 페미니즘>(서해문집)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여성혐오에 대한 새 시각을 여는 <다운 걸>과 여성 성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버자이너 바이블>은 글항아리에서 나온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도 놓칠 수 없다. 김초엽 소설가와 김원영 변호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는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이 타자·환경·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맞이할 수 있는 내일을 제시한다. 은유의 <있지만 없는, 아이들>(창비)은 한국인으로 살아왔지만 거주할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 르포르타주를 통해 우리 사회 성원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양동 쪽방촌 사람들>(후마니타스)과 <나는 치료감호소의 정신과 의사입니다>(푸른숲)의 이야기에도 귀기울여 볼 만하다.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논픽션 <보이지 않는 잉크>(바다출판사)에선 타자와 소수자의 문제를 사유하고,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문학과지성사)는 계급적 정체성과 성 정체성이 교차되는 모습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시절 회고록 <약속의 땅>(웅진지식하우스)은 정체성을 찾아 헤매던 청년이 자유세계 지도자가 되기까지 여정을 들려준다.

역사책도 빼놓을 수 없다. 위르겐 오스터함멜의 <대변혁: 19세기사>(한길사)는 인류 문명의 결정적 시기였던 19세기를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한나 아렌트의 <유대인 문제에 대한 성찰>(한길사)과 슐로모 산드의 <만들어진 민족: 유대인은 어떻게 발명되었는가>(사월의책)도 소개된다. 환경사학자 케이트 브라운의 <플루토피아>(푸른역사)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 핵개발 경쟁을 다양하게 조명하며 역사학계에서 주목받은 책이다. 사회학자 김덕영의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길) 등 ‘막스 베버 선집’ 10권 중 세 권도 나온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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