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감독 각본의 짠내 나는 코미디..유머는 쉴 새 없는데 연기 호흡 '덜컹덜컹'
[경향신문]

영화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힘내세요, 병헌씨>(2013)란 독립영화다. 데뷔를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영화감독 이병헌의 생활을 그린 ‘페이크 다큐’인데, 영화 속에는 <귀여운 남자>라는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이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과정, 이를 다시 영화로 제작하는 일이 영화의 큰 줄기다.
<힘내세요, 병헌씨>에서는 결국 영화화에 실패했던 시나리오 <귀여운 남자>가 현실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귀여운 남자>는 이병헌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만든 코미디다. 김정욱 감독이 연출했고, 신민재·이진리·황정윤·홍하나임이 출연한다. <힘내세요, 병헌씨>에서 그랬던 것처럼, 독립영화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작됐다.
주인공 기성은 어린이 코딩교육을 하는 업체의 영업소장이다. ‘좁은 집’에서 아버지, 아내, 딸과 함께 살다가 아내와 이혼했다. ‘좁은 집’ 때문이었다. 아내는 기성의 동창과 재혼했고, 딸 진주도 엄마를 따라갔다. 기성의 유일한 꿈은 넓은 집을 사서 아내, 딸과 재결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를 쓰고 돈을 모은다. 이제 잔금만 치르면 40평대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 재결합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사고뭉치 아버지는 계속 아들의 돈을 축낸다. 재혼한 전 부인은 기성에게 돌아올 마음이 없다. 사춘기인 딸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 와중에 기성은 은행 직원 일영과 자주 마주친다. 기성은 자신을 ‘귀엽다’고 하는 일영과 가까워지고 기성의 삶은 조금씩 계획과 다르게 흘러간다.
<귀여운 남자> 제작기는 <힘내세요, 병헌씨>에 나오는 것만큼이나 사연이 많다. 제작진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모든 장면을 촬영했다. 아이폰7플러스 기종에 광각 렌즈인 아나모픽 렌즈를 부착해 사용했다고 한다. 촬영은 2019년 1월13일 시작해 같은 해 3월25일 끝났다. 1월24일 교통사고로 주연배우와 스태프들이 다치면서 2개월 가까운 시간을 날렸지만, 기어코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 곳곳에는 원작 시나리오를 쓴 이병헌 감독의 흔적이 잔뜩 묻어있다. 뜬금없는 대사와 말장난 등 이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가 쉴 새 없이 튀어나온다. 다만 이 감독이 연출한 상업영화 <스물>(2015), <바람 바람 바람>(2018), <극한직업>보다는 같은 독립영화인 <힘내세요, 병헌씨>에 훨씬 가까운 거친 유머가 많다. 배우들의 연기도 고르지 않고 호흡이 덜컹거리는 장면이 꽤 있다. 독립영화임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면이 있지만, 관객들의 관용을 무작정 기대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선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델타 보이즈>(2016)와 <튼튼이의 모험>(2017) 등에서 독특한 연기를 선보인 신민재가 기성 역을 맡았다. 일영을 연기하는 이진리, 진주로 나오는 홍하나임의 존재감도 작지 않다. 15세 이상 관람가.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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